더위를 피하려다 사랑을 만나버린.
☆☆☆☆
이 미칠듯한 더위가 어째서 가을에, 그것도 가을이 시작된지 2주가 넘어서 이 나라에 찾아온건지...... 더위에 너무 약한나는 가을이 오는 소식에 뛸듯이 기뻐했던게 겨우 지난주였는데..... 사람을 미치게만들정도로 쨍쨍한 햇볓에 그대로 노출될수밖에 없는 횡단보도에서 난 한탄아닌 한탄을하며, 입고있는 정확하게는 벗지만 않았지만 정말 걸치고만 있다고 봐도 좋을 교복셔츠를 펄럭이며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있었다
"류짱!!!!"
상쾌하게 하지만 어딘가 우리와 틀린억양으로 내 이름을 외치는 목소리에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그리고 곧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낼수있었다.
170은 거뜬히 넘어보이는 은발의 아름다운 여인이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마치 어린아이처럼 밝게 손을 흔들며 나를 향해 걸어오고있었다
"실비아씨...."
무심코 말이 한탄하듯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실비아씨는 양손가득 무언가를 구입한듯한 백을들고 나의 옆에 나란히 섰다
그녀가 옆에왔을때 느껴지는 상쾌한 바람의 향을 나는 예전부터 매우좋아했다.
절대 입밖으로는 꺼내본적 없었던 이 마음, 단지 이 사람의 옆에서 지금처럼 동등하게 서있는것 자체가 좋았다
"학교끝나고 돌아가는길?"
"네"
매우 더워보이는 긴 머리임에도 옷을 가볍게 입어서인지 그녀는 나보다도 시원해보였다.
그녀의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도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점점 힘이빠지던 나는 갑작스레 찾아온 서늘함에 한번 그리고 그 서늘함의 존재에 다시한번 놀람을 금치못했다.
"손이 차가운편이라서 시원하지?"
할말조차 잃어 내 목뒤에 손을 집어넣고있는 그녀를 잠시간 멍하니 쳐다보길 몇초 신호등이 바뀌면서 사람들이 길을 건너기 시작했고 그녀는 나의 반응을보며 재미있다는듯 웃고 나의손을 잡고 다른사람들과 같이 길을 건너갔다
물론 부수적으로 손이 잡혀있던 나또한 별 저항이나 의미없이 그녀에게 이끌려 길을 건넜다
"지금부터는 일하러 가는거야?"
그녀와의 급작스러운 조우로 인해 잊고있었던 내 오후의 일정이 기억났다
고개를 끄덕이자 환한 웃음과함께 그녀가 잡고있던 손에 조금 힘이 가해진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늘 그렇듯 나 혼자만의 착각일것이 분명하기에 아무렇지 않은듯 평소처럼 평정을 가장해 내 얼굴에 무표정을 덧씌운다
"그럼 오늘 바에 가면 류짱을 볼수있는거네?"
"술을 적당히 드시지 않으면 마스터한테 혼나실텐데요"
그녀의 술버릇은 워낙 유명해서 마스터도 가끔참지못하고 폭풍 잔소리를 쏟아낸적이 있었다
핀잔이 섞인 나의 말에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얼굴로 그녀는 계속 걸어갔다
그렇게 끌려걸은지 몇분도 되지않아 마스터의 가게가 있는 상점가에 다달았고, 이곳저곳에서 어른들과 주변 알바들의 반가운 목소리와 인사소리가 쉼없이 들려왔다
"어이~~ 아가!"
목소리들에 섞여서 듣고싶지 않았던 단어까지 들은 기분이 들었지만 무시했다.
무시하고 실비아씨의 손을잡고 앞을향해 열심히 걸어가고있던중 머리위에 얹어지는 뜨겁고 커다란손.......
"어라~ 아키씨~"
"오~ 실비아 오랜만!"
실비아씨와 반갑게 인사하는 피처럼 붉은 짧은 머리에 안경을 쓰고있어도 더러운 눈매를 다 가리지 못하는 아키씨 혹은 우리 술집마스터
머리에 얹어놓은 손이 평소와 다르게 뜨겁게 느껴지는건 이 더위때문에 그런거인지 인사를 무시해서 열이 뻗쳐서 손까지 뜨거워진건지 구분이 안가지만, 일단 입을 다물고있는게 좋다고 내 경험이 말해주고있다
"아가, 내 메일 못받았냐?"
"무슨메일이요? 심부름 시키실게 있으면 전화하시라니까요?"
"오늘 우리 가게 하루 쉬는날이야"
이건 또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입니까, 우리 가게처럼 시원한곳이 오늘 쉬면 나의 더위는 어디서 식혀야하는건지, 따지려고 얼굴을 마스터를향해 든순간, 더러운 눈매안에 숨어있는 눈동자가 약간 풀려있다는걸 눈치챘다
"아파요?"
나의 질문에 놀란 얼굴로 웃어보이는 마스터
갑자기 손으로 브이자를 그리면서 한다는말이 「39.5도!!!」
이 사람이 제정신으로 여길 나와있는게 맞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 온도로 왜 밖에 나와있어요?! 집에서 돌봐줄 사람도 있는데?!"
"내가 먹을약은 내가 사오래서 심부름겸 나왔어"
역시.......
우리 가게에서 일하는게 아니었어... 뒤늦은 후회를 해봐도 이미 늦었다고 스스로에게 태클을 걸다가도 눈앞에서 점점 눈이 풀리고있는 마스터의 모습은 지켜보기가 안쓰러워서 실비아씨에게 잡혀있는손은 놓고 마스터를 양손으로 부축했다
"마스터 엄청 무겁네요...."
마스터의 한손은 내 어깨에걸쳐잡고 다른손으로 마스터의 허리를 단단하게 고정한뒤 걷기시작했다.
목적지는 우리가게 3층, 그곳에는 돌봐줄사람이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느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로 이동했고
상가의 끝에 다달아서 보이는 가게의 모습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게앞에서 마스터를 기다리던 사람에게 마스터를 인수하고, 가게앞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더위에 약한내가 나보다 많이 큰사람은 부축도아닌 거의 들고왔다고 생각하니 더욱 더워졌다
"류짱 많이 힘들어?"
힘겹게 숨을 내쉬는 내 시야안으로 실비아씨가 들어왔다.
정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가졌구나.... 라고 생각하던중 실비아씨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오는 정도가 아닌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
너무 놀라 뒤로 물러나려고 하는데 순간 이마에 느껴지는 시원함
"?"
"류짱도 열이 나고있는데?!!!!"
아 그건 무거운 마스터를 들어서..... 랄까 말할기회도 없이 나의 몸은 실비아씨의 괴력으로 인해 그녀의 품으로 한번에 들어갔다
너무놀라 말할 기회마져 놓치고 있던 나를 그녀는 정말 상태가 안좋은걸로 인식했는지 내 어깨를 꽉 잡으며 상가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저기...."
"류짱 조금만 참아"
아니 그러니깐 아픈게 아니라 단지 탈진일뿐인데, 그래도 이렇게 걱정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조금은 신기해서 그녀의 품안에서 그녀를 따라 무작정 걸었다
상가를 벗어나 5분정도를 걸었을까 도내에서 조금 상류에 속하는 맨션이 눈에 보이고, 그녀는 그곳으로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여기 5층이니깐 조금만 더 참아"
걱정스러운 말투와달리 어깨를 잡고있는 손에서는 전혀 힘이 빠지지 않고있는 그녀의 모습이 아주 조금 웃겨서 보이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앞을보고 웃었다.
엘리베이터가 5층에 도착하자 그녀는 나를 이끌고 그녀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집은 에어컨을 틀어놓은건지 매우 시원했으며, 집안이 정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괜찮아?"
날 쇼파에 앉혀준뒤 다시금 이마에 손을 얹어보는 그녀에게 난 고개를 끄덕였다
단지 더위에 약하고, 체력이 약해서 일어난 일이니깐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더위에 좀 약해서 간단하게 탈진한거에요, 조금 쉬면 나아지깐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요"
그녀를 향해 웃어보이면 그녀는 평소처럼 안심하고 다시 밝게 웃으면서 이것 저것 이야기를 하겠지? 그런생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본뒤 난 굳어버렸다
처음으로 보는 그녀의 굳은 얼굴, 그리고 차갑게 식어있는 눈.
"실비아씨......?"
"왜 류는 늘 항상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해?"
"....?"
"언제나 다른사람들에겐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서 나에게는 왜 항상 신경쓰지 말라고 하는거야?! 마스터들에게는 그렇게 잘하면서 나에겐 늘 거리를 두려고하고, 조금만 참견하려하면 신경쓰지말라고 하잖아, 왜 나한테만 그러는거야?"
"그런적....."
"있어, 늘 그랬어 언제나 다른사람들에게 밝게웃어주면서 내 앞에선 잘 웃지도 않고, 심지어 아까도 주저앉았을때 도와주려니깐 뒤로 물러나려고 했었어!!!! 난 그렇게 믿음이 안가는 어른이야?!"
그런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이 감정을 입밖으로 내서도 안된다는걸 알고있다.
그녀는 다른의미가아닌 단지 거리감을 두고있는 나에게 화가난것뿐, 나와 같은 감정을 가지고있지 않다는것을 지금까지 계속 배워왔기 때문에.....
난 다시 마음을 눌러내리고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 상처받은것같은 그녀의 눈에 입이 쉽게 열리지는 않겠지만 말을해야했다. 나를 위해서 또한 그녀를 위해서
"거리감을두는게 아니에요, 애초에 마스터들과는 오랜기간을 봐서 한가족처럼 투정도부리고 장난도 치는거죠, 제가 낯가림이 있어서 친해지는게 오래걸릴뿐이에요, 실비아씨가 믿음이 안가는 어른이었으면 지금 여기에 따라오지도 않았을꺼에요."
너무 많은 말을 한번에해서 목이아프지만, 그녀를 향해서 웃어보였다. 마음을 들키지 않기위해 꾸준히 연습해온 거짓미소지만 다른사람들은 잘 모를테니깐, 웃는것처럼 보이기만 하면되.
그녀와 평소처럼만 이야기할수있다면, 나의 이 심장의 통증은 참아낼수있어 절대로 그녀에겐 들켜선 안되
★★★★
쉬는날의 한가함을 참지못하고 너무도 좋아하는 쇼핑을하면서 주지도 못할 선물을 또다시 구입하는 스스로의 바보같음에 한숨을 내쉰다
백화점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멀리서도 한눈에 찾아낼수있는 그녀가 보였다
어깨를 조금 넘는 길이의 밤하늘처럼 검은 머리를 반묶음하고, 더워서인지 교복자켓을 대충 가방에 걸어놓은채 상의를 펄럭이며 신호등 바로 아래에 조금이라도 있는 그늘을 찾아 서있었다
너무도 반가운마음에 무심코 크게부른 그녀의 이름,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나를 발견했는지 미소를 지어보이며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녀를 만나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던중 끊임없이 상의셔츠를 펄럭이며 더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모르게 그녀의 목 뒤로 내 차가운 손을 집어넣었다
소스라치게 놀라면서도 시원했던지 그녀는 별다른 저항없이 받아들여주었다.
오늘 하루만큼은 차가운 나의손에게 감사했다
조금 몸을 낮춰서 그녀의 손을 잡고 신호등을 건너면서 그녀가 손을잡는걸 싫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알바를 하러가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수긍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도 귀여워서, 오늘은 그녀를 저녁에 볼수있다는 기쁨에 설레여서 들뜬 기분이 그녀를 잡은 손에 나타났을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지 나의 질문에 대답해주면서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주 조금쯤은 눈치를 채주어도 괜찮을텐데...
가게가 있는 상점가에 들어섰을 때, 그녀를 향해서 인사하는 사람들, 나를 향해서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는 사람들, 간혹 그녀가 웃으면서 인사를 할때는 마음속에서 질투라는 검붉은 감정이 솟아오르지만, 그녀는 누구나에게 평정심을 잃지 않고 똑같이 대해준다는 것을 알고있기에 티를 내지 않고 나도 같이 주변에 인사를 하면서 걸어간다.
걸어가던중 어디선가 마스터의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이 든 순간, 그녀의 걸음걸이가 갑자기 빨라졌다.
그리고 곧이어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아키씨였다. 그녀의 가게의 마스터이자, 그녀를 가족처럼 아껴주는 그런 사람.
그리고 나에게는 조금은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 혹은 조금 거리감을 가지게 되는 그런 사람.
그녀의 머리위에 손을 얹은상태로 대화를 하면서도 느껴지는 이질감의 존재는 곧 밝혀졌다.
독감에 시달리는 상태로 스스로가 먹을 약을 사러 나온 강한사람.
그녀가 갑작스레 나의 손을 놓더니 자신보다 훨씬큰 아키씨를 끌어않았다. 부축인지 안겨가는건지 잘 모르는 상태로 그녀는 걸음을 옮겼고, 난 속에서 피어오르는 질투심을 가라앉히면서 그녀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기위해 아키씨와 그녀의 옆에서 걸어갔다.
가게에 도착해서 아키씨를 기다리던 사람에게 아키씨를 건네준 그녀는 가게 앞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너무 놀라서 그녀를 지켜보았는데 그녀는 평소의 차분한 모습과는 다르게 매우 힘들어 보이고 안색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얼굴을 가까이 하자 그녀는 나를 피하듯 고개를 뒤로 약간 빼려했지만 곧바로 다가간 나의 손에 놀라서인지 가만히 있었다.
그녀의 머리에서 땀과 함께 꽤나 높은 열이 느껴졌다.
아파보이는 그녀를 손으로 잡아 이끌어 내 품에 안고 그대로 우리집으로 움직였다.
가게에서 우리집은 걸어서 10분도 채 안되는 거리기 때문에, 그녀가 쉴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평소보다 스피드를 높여서 그녀가 걷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그렇지만 빨리 쉴수 있도록 발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에 타면서 혹여 그녀가 품에서 나갈까 불안한 마음에 어깨를 잡은손에 힘을 주었더니, 아주 작게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으로 들어보는 웃음소리에 마음 한 구석이 조금은 아팠다.
아프지 않고서는 그녀는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너무도 슬펐다. 조금더 그녀를 알고싶은데, 그녀는 어느정도 선을 그어놓고 더 이상의 모습은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다.
집에 도착해 그녀를 소파에 앉힌뒤 다시한번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대어봤다. 아까보다 아주 조금 내려간 열.
조금은 안심이 되어서 그녀의 이마에서 손을 내렸다. 집의 에어컨을 약하게라도 틀어놓고 간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될줄이야.
"더위에 좀 약해서 간단하게 탈진한거에요, 조금 쉬면 나아지깐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요“
조금 안심하고 있는 나의 귀를 파고드는 그녀의 아무렇지 않다는 그 음성이.
나에게 신경쓰지 말라고 말하는 그녀의 그 어투가 너무도 화가났다.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신경쓰지 말라고 하는 말에 화가 나지 않을사람이 과연 어디있을까?
처음으로 그녀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한 목소리로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차라리 그녀가 조금이라도 당황했으면 이렇게 슬프고 화가나지는 않았을텐데.....
"거리감을두는게 아니에요, 애초에 마스터들과는 오랜기간을 봐서 한가족처럼 투정도부리고 장난도 치는거죠, 제가 낯가림이 있어서 친해지는게 오래걸릴뿐이에요, 실비아씨가 믿음이 안가는 어른이었으면 지금 여기에 따라오지도 않았을꺼에요.“
그리고 조금은 아픈 듯이 웃어보이는 그녀의 웃음, 그녀가 늘 나에게만 보여주는 아픈 미소.
다른 마스터들과는 그렇게 밝게 웃어보이면서 늘 내 앞에서는 이렇게 아픈 미소를 보여준다.
그녀는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나의 눈에는 확실히 보이는 무언가를 눌러참고있는 아픈미소.
너무도 화가났다.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를쓰는 그녀의 모습이, 그리고 그 아픈미소를 지어보이는 존재가 언제나 나였다는 그 사실에 참을수 없을만큼 화가치밀어 올라서 화를 내려는 그 순간, 친구의 말이 문득 생각이 났다.
「실비아가 오면 류는 왜인지 모르지만 침울해져, 실비아는 우리 류를 아프게 하는존재야?」
「술을 마시고 주정을 부리는건 좋지만, 류 앞에서 그러지 말아줘. 울것같은 얼굴로 무너져 내리는 류를 보기가 힘들어」
「아무것도 하지 않을꺼라면, 아무것도 못하게 할꺼라면!!!! 왜 자꾸 류에게 친한척을 하는거야?!」
아키씨의 애인이자, 나의 친구인 그녀가 과거에 했던 말들.
내 앞에서만 아파하는 류, 나는 보지 못한 울것같은 얼굴의 류
아무것도 하지 않을꺼라면............ 아니 그렇지 않아, 용기가 없어서 전하지 못했던거 뿐이야
“류짱”
애써 화를 가라앉히고, 평정심을 가장해 그녀를 불러본다.
목이 아픈지 조금은 갈라진 소리로 대답을 하는 그녀, 그 어떤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그녀가, 나를 위해 목이 아픔을 참아가며 나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했던 너무도 착한 그녀가 아픈 미소를 지어야 하는 이유를 난 아직 잘 모른다. 아니 알고있지만, 지금까지는 말할수 없었다.
상처받기 싫은건 나또한 마찬가지 였으니까.......
“류짱을 좋아해...........”
우리둘 사이에 시간이 멈췄다.
평온한 표정과, 아픈미소 외에는 보인적 없는 그녀의 얼굴이 매우 놀란 얼굴로 바뀌고, 곧 눈가에 눈물이 차올랐다?!
“류짱?!”
“거짓말........... 거짓말이에요, 꿈이 분명해, 아니면 마스터들과의 무언가 장난?”
“아냐!!”
“그럴리 없어요, 지금까지 봤던 실비아씨는 나에게 이런말을 해줄사람이 아닌걸, 남자와 사귀었던것도 알고있고, 술기운에도 여러사람에게 좋아한다 사랑한다 말하는 사람인걸, 나를 위해 그런말을 할리 없어요, 분명 마스터들과 장난을 치는거죠? 속았다고 해줄께요, 그러니 다시는 하지 말아줘요. 정말..... 너무도 아프니까”
눈물을 흘리면서도 또다시 아픈미소를 지어보이는 그녀에게 어떻게 더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허둥대는 나를 가만히 지켜보던 그녀는 눈물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일도 취소되었으니, 돌아갈게요. 마스터들에겐 속았다고 할테니깐 너무 걱정마세요”
또다시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돌아가는 그녀를 보며 초조해졌다.
정말 내일이면 그녀는 아무렇지 않다는 식으로 나에게 아픈미소를 보여줄거라는 생각이 들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옆을 지나치려는 그녀의 팔을 잡고 그녀를 내 품으로 끌어들였다.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나를 밀었을 그녀가 필사적으로 내 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치는 모습에,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돌아가게 해주세요!!”
“.......... 안 돼”
내 이름을 부르려는 그녀의 입을 막아버린다. 상상이상으로 부드러운 그녀의 입술을 조금더 느끼고 싶어서 그녀의 몸을 더 꼭 끌어안았다.
너무 놀라서인지 더 이상 그녀는 벗어나려고 발버둥치지 않았다. 오히려 몸에서 힘이 점점 빠져나가는 듯 좀더 편안하게 내 품안으로 들어왔다.
떨어지기는 싫지만, 그녀에게 내 진심을 전하기위해 그녀의 입술에서 떨어진 뒤, 입을 열었다.
“이제 내 마음을 믿어줄래?”
그녀는 나의 말에도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고 내 눈을 쳐다보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녀가 아직도 불안해 하고있다는걸 알았다.
그녀와의 키차이가 있어서 허리를 숙이고 계속 그녀에게 설득하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버린 나는 그녀를 안은 손에 힘을 주고 소파에 앉아버렸다.
일단 그녀를 무릎위에 앉히자 동등해진 그녀와 나의 눈높이. 내 품안에 쏙 들어오는 그녀의 포근함에 괜시리 미소가 흘러나왔다.
- chu~
다시한번 짧게 그녀에게 입맞춤을 한 뒤 그녀의 눈을 다시 쳐다보았을 때,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녀를 감추고있던 가면이 벗겨져 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비아씨”
“응?”
“이건…… 꿈?”
아직도 믿지 못하는거야?!! 평소의 침착함이 없어진 멍한 얼굴이 나를 바라보며 건네는 말에 정말 이 아이를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 도전과제가 떨어진 느낌이었다.
입을 열어 다시 설명을 하려는 그 순간, 그녀의 손이 나의 볼에 살포시 내려왔다. 아주 조금은 떨리고 있는 그 손이 정말 그녀 같아서, 웃음이 새어나왔다.
내 볼에 살포시 닿아있는 그 손에 짧게 입술을 대고 「쪽!」소리가 나게 키스를 해본다.
화들짝 놀라서 내 몸에서 떨어지려는 그녀, 다시한번 손에 힘을실어 그녀를 내 몸으로 끌어당기고 그렇게 서로를 쳐다보기를 몇분, 그녀가 뭔가 각오를 다진 눈빛을 하고 내 볼에 다시 손을 댄다.
그리고………
“아야야!!”
정말 쭈욱~~~ 소리가 날 정도로 힘을 주어서 내 볼을 꼬집는 그녀.
뭐야? 지금 무슨일이 나에게 일어나는거야?!
“아…… 꿈이 정말 아니네요”
남의 볼을 꼬집어놓고 뭘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는거야?!
아픈볼을 부여잡고 그녀를 쳐다본순간, 처음본 그녀의 환한미소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내 무릎위에서 나에게 환한미소를 지어보이는 그녀가 너무도 아름답게 느껴져서 그녀의 몸을 힘주어 안았다.
귓가로 파고드는 그녀의 쿡쿡거리는 웃음소리에 너무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믿어주는거야?”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꼬집혔던 볼을 살살 쓰다듬어 주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아름다워서,
이 가슴이 간질거리는 행복감이 너무 좋아서 그녀를 품에 꼭 안고 큰 목소리로 웃었다.
귓가에 계속 맴돌고있는 그녀의 웃음소리가, 내 품안에있는 그녀의 따스함이, 오늘 처음으로 접했던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이제는 계속 나의 것이 될수 있다는 그 사실이 나를 너무 행복하게 만들었다.
더 이상 그녀를 보고 마음아파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 사실이, 그녀가 남에게 웃어주는 모습을 보고 질투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그녀가 이제는 나에게 아픈미소를 지어보이지 않아도 된다는 그 사실이.
“그럼, 류짱은 이제 내 애인이 되어주는거지?”
“………류”
“응?”
“그냥 류라고 불러도 괜찮아요.”
얼굴을 붉히며 말하는 그녀가 너무도 귀여워서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열심히 끄덕이는 나를 그녀는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좋아해요, 실비아씨를”
“나도 류가 좋아”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그녀의 손길을 가만히 느끼면서, 아키씨와 나의 친구에게 뭐라고 보고해야 맞지 않고 허락을 받을지 머리를 굴리는 나의 모습이 바보스러웠지만, 그래도 그녀만 나의 것이 되어준다면 다른 것은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을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녀와 처음으로 싸우고 그녀에게 일방적으로 화를 내고, 그녀에게 감정을 폭발하듯 부딪쳐서 그녀를 나의 사람으로 만든 오늘을 잊지 못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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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작품은 장편으로 계획되어있던 작품이었습니다.
뒤에 연결해서 쓰다가 저기까지가 딱 좋겠다는 느낌에 그냥 다 없애버리고 저것만 단편으로 등록해버렸네요 ㅎ
소설을 쓰기 시작한것은 친구에게 반쯤은 협박을 받아서 일까요? 글을 내놓으라는 친구의 말을 꾸준히 무시하다가 한번쯤 끄적이게 된 글이, 예상보다 반응이 괜찮아서 그냥 올려버렸습니다.
언젠가 먼 미래에 이 뒷편도 마무리 지어봤으면 좋겠네요...
(스스로에게 이야기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