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띠
뫼비우스띠을 아나요?
네... 당신이 생각하는 그 뫼비우스띠요.
어느한곳 끊어지지않고 계속 돌고도는 마의 이름이죠.
그 마의 이름을 가진 뫼비우스의 띠를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시나요?
네? 신경쓰지 않는다구요?
저기 이봐요!!! 눈 감지말고 내 말을 들어요!!!!
귀.... 귀찮다니요!! 이래뵈도 전!!!!!
아아!!!! 눈 감지 말라니까요!!!!
좋아요! 이렇게되면 어쩔수없네요 억지로라도 해야겠어요!
당신은 뫼비우스의 띠 안에서 벗어나셔야 합니다!
당신이 지금 이 기억을 되살린다면 그리고 날 기억해 내고 벗어나신다면 당신에게 선물을 드리도록 할께요!!
이....이봐요!!! 내말은 좀 듣고 눈을감으라구요!!!!! 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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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머리가 멍하니 울린다.
귀도 아프고 몸도 지끈거리는게 왠지 느낌이 좋지않다.
침대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켜 대충 놓여있는 슬리퍼를 신고 묵직한 몸을 이끌고 부엌에 있는 냉장고로 몸을 움직인다.
묵직한 몸은 평소보다 냉장고로 가는 거리를 늘려버렸고, 짜증이 머리를 지배하니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고 가까스로 도착한 냉장고의 문을 거칠게 열어제꼈다.
....... 물이 없다.
"젠장"
평소보다 더 낮게깔리는 목소리에 흠칫놀라며 생각한다.
어제 얼마나 들이부은건지 이정도로 필름이 깔끔하게 끊긴게 몇년만인지..
일을 시작하고는 어린애들처럼 술에먹히지 않도록 노력했건만 그 의지도 어제 전부 박살이 났군...
냉장고의 서늘함을 조금 더 느끼려다 한숨을 쉬고 냉장고문을 닫아버렸다.
열고있는다 한들 물이 생길일은 없을테니.......
일단은 급한대로 수돗물을 마시는수밖에 없단 생각으로 찬장에있는 컵을 대충꺼내 수돗물을 받고, 입에 털어넣는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비릿하고 미묘한 맛에 짜증은 나지만 미리 챙겨두지 않은 내 실수도 있으니 참아넘긴다.
다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세면대로 움직여 얼굴을 씻어내고 거울을 본 순간 느껴진 이질감에 인상을 찌푸린다.....
내 머리가 이렇게 짧았던가?
어깨를 넘는 길이의 흑발이 어째서 귀밑으로는 아무것도 없는 남자고등학생들의 머리로 변한거지...?
"대체 어제 나에게 무슨일이 있었던 거야...."
어딘가에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가장먼저 떠오르는건 아무래도 습관처럼 들고다니는 스마트폰.
평소처럼 이것저것 기록해놨을꺼라는 예상은 정확히 적중 암호가 걸려있는 개인 메모장에는 술에취해서도 끄적여놓은 기록들이 보였다.
"필름 끊길때까지 마셔놓고 메모는 했네... 지독한것...."
- 업체수주 요청마감일 앞으로 8일
이건 조금있다 컴퓨터를 확인해보면 작업진행상황을 확인할수 있는 부분.
- 동생녀석 결혼식 영상
이놈이 누나에게 이런 쓸데없는걸 요청해놨군
- 그녀의 연락요청
......... 이건 술이 조금 더 깨고 머리가 깔끔해지면 시도해보자.
- 모ㅣㅂ ㅣㅇ..........
뭐? 이건 정말 마지막까지 갔을때 쓴것 같군...
뫼비.... 뫼비우스의 띠를 기록하려 했던건가?
일단 필요한 물건부터 구입하러 나가야겠다.
지갑을 들고 스마트폰을 챙겨서 집의 문을 연 순간 문앞에서 날아온 가방에 얼굴을 직격으로 맞은 나는 휘청이며 뒷걸음질 쳤다.
"어떤 씨….."
"당신이 어떻게 나에게 그럴수 있어?!"
얼굴을 얻어맞은건 나라고 항의하려고 고개를 들었으나 울것 같은 얼굴로 나에게 소리를 지르는 그녀를 보니 그 마음이 사라졌다.
내가 언제나 이길 수 없었고, 이기려고 단 한번도 노력해보지 않았던 나의 그녀.
그리고 얼마전 나를 차버린 그녀.
일단 울것같아 보이는 그녀를 집안으로 들이면서 생각을 했다.
집안에 마실만한 것이 전혀 없다는것과 지금 나는 숙취에서 해결되지 않아 아직 머리가 아프다는것과 숙취로 인해 입이 바짝 말라서 그녀와는 별로 말을 섞고싶지 않다는 사실.
"머리는 어떻게 된거야?"
목이 아프지만 앞에서 노려보는듯한 얼굴로 쳐다보는 그녀를 위해 억지로 입을 열었다.
"나도 몰라"
우리 둘 사이에 가라앉은 차가운 침묵, 냉랭한 공기.
사실을 말했던 나였지만 그녀의 눈은 나에게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말하는것처럼 보였다.
"당신… 정말 냉정한 사람이야"
"내가 그 단어를 너에게 듣게될줄은 몰랐는데?"
"난!!! 당신이 나를 잡을줄 알았어, 평소처럼 나의 말에 그냥 웃으면서 한귀로 흘려들으면서 왜 그러냐고 무슨일 있었냐고 할줄 알았어! 어떻게 그날 당신은 날 그렇게!!!"
"날 찬건 너야. 내가 널 찬게 아니야"
몇 년간 사귀면서 너에게 받은 상처, 이유없는 집착, 오해, 폭력까지 난 모든걸 감안하고 받아들여줬어.
결국 말도안되는 오해와 오해가 쌓여 너와 나 사이에는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내가 널 사랑한다는 사실 하나로 버텨왔던 내가 너무 지쳐서 너의 그 말을 받아들인 것 뿐이야.
"너와 사귀면서 힘들지 않았던 날이 거의 없었어, 넌 그냥 애인이 아니라 집착해야할 상대가 필요했던거고, 난 너를 좋아했다는 사실 하나로 너의 그 집착을 받아들여줬던 것 뿐이지"
"그래서 나랑 헤어지고 바로 연락도 끊고 친구들에게 도망친거야?"
"도망쳤다는 말이 좀 그렇긴 하지만, 내가 도망쳤다고 치자, 그 자리에 너도 있었잖아"
우리 둘 사이는 다시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녀는 무슨 할말이 있는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짜증난다는 말투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정말 당신이 나와 헤어진 걸 받아들인건가, 말도안되는 현실이 이해할수 없어서 당신 친구들을 졸라서 당신을 보러 갔어"
아….. 사귈때도 이해가 안됐지만, 헤어지고 나서도 그녀의 행동과 패턴은 아직 나에게 이해 불명이다.
계속 상처받고 도망치고 또 상처받고 지쳐있는 나를 자극하고 밀어내고 도망가면 쫓아오고 또 다시 상처주는 그녀와 내 관계는 정말 뫼비우스의 띠 같다……
아마 이 의미로 폰에 써놓은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내 감정 하나로 시작된 띠가 뫼비우스의 띠로 변할때까지 난 왜 눈치채지 못했던 것일까…..
"뫼비우스의 띠 알아?"
"선을 그으면 계속 연결되는 끊어지지 않는 그 띠 말하는거야?"
"어…. 그 뫼비우스의 띠의 연결을 끊어버리는 방법 알아?"
갑자기 대화의 내용이 튀어서인지 그녀는 잠시 인상을 썼지만 곧 대답을 생각하려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하기 시작했고, 곧 그녀의 입이 다시 열렸다.
"잘…. 모르겠는데?"
"잘라버리면되, 뫼비우스의 띠의 연결은 띠 자체를 잘라버리면 더 이상 연결되지 않아. 그때 당신이 날 찬 것을 내가 받아들인 것 처럼, 더 이상 좋아함으로 상처로 연결되어있던 뫼비우스의 띠는 우리사이에 없어"
"익!!!!!!!!!"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분명 이 다음은 가방이 날아올테지, 그녀의 패턴을 인식하고 도망치려 했으나 내 몸은 아직 숙취에서 완벽히 벗어나지 못한 불안정한 상태.
완벽한 도망은 무리였는지 내 얼굴에 깔끔한 호를 그리며 날아오는 가방을 얼굴의 반쪽에 그대로 직격당했다.
아 젠장… 오늘은 내 마음대로 되는게 전혀 없네….
얼굴 반쪽의 타는듯한 통증과 눈앞이 블랙아웃이 되는걸 느끼면서 나는 또다시 벌어지는 이 상황이 그냥 짜증이 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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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기억해 내셨네요 뫼비우스의 띠!!! 마의 띠를!!!!!
네? 보자마자 귀찮다구요? 괜찮아요 처음에 당신에게 많이 당해서 이젠 익숙해요~
일단 정답입니다!!!!!
당신은 뫼비우스의띠, 상처의 마의띠를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내셨어요!
네 당신말대로 마의띠는 깔끔하게 잘라버리면 더 이상 연결될 일 없이 평행의띠로 바뀌게 되죠~
뭐 이렇게 깔끔하게 잘라내는 무식하고도 용감한 사람은 몇 없지만요.
어라!!! 그렇게 노려보지는 말아주세요 당신은 이곳에서도 꽤나 무서운 존재니까요!
일단 정답을 맞춘 당신에게는 선물을 준비했….. 이봐요!!! 말좀 들으라니까요?!
귀… 귀찮다는 말 정도는 넘… 넘길수 있어요!!
원래는 뫼비우스의띠를 벗어난 사람에게 저의 도움은 그닥 필요 없는 게 맞지만
당신은 마의띠 안에서 너무도 상처를 많이 받은 인간이어서 제가 조금 도움을 드리려고 합니다!
이래뵈도 전 나름 능력이 있거든요~ 엣헴!!!
이…. 이봐요!! 무시하지 말아요!! 진짜라고요!! 이렇게 당신의 기억속에서 당신에게 말하고 당신과 대화를 시도하는 존재가 몇 있다고 느끼는거에요?!!!
잠…. 잠들지 말라니까요?! 행복하게 도와준다구요!!! 평행의 띠에서 다시 행복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란 말이에요!! 도와준다니깐요?!!!
야!!!!!!!!! 도와준다잖아!!!
천사인 내가 이렇게 직접 나서서 행복해 지도록 도와준다는데 뭐 그리 귀찮은거냐고!!!
뭔 인간이 이렇게 귀찮고 잠이 많냐고!!!
이젠 나도 몰라!!!! 너란 인간 정말 어렵다!!! 행복하게 만들어줄 테니 행복해져버려!!!!!
그리고 다신 마의띠를 만들지 말아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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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눈을 뜨고 누워있는 상태에서 윗몸을 들어올리자 얼굴에서 무언가가 떨어져나갔다.
무의식중에 손으로 받아낸 그 존재는 차가운 물에 적셔져있는 수건이 내 손위에 올려져있었고, 술기운과 두통 그리고 머리가 누군가가 소리라도 지른 듯 아련했다……
왜인지 모르지만 짜증나는 기분
-욱신!!
!!!! 뭐야 지금의 통증은!!!! 또다시 머리속에서 비명 같은 소리가 들려오는 듯 싶었으나, 무시해버린다. 설마 내 머리속에서 비명이 들려올일은 없을 테니까…..
"….. 깼어?"
"가방 집어던지는 버릇 고치지 않으면 이쁨받기 힘들꺼야, 고쳐둬…."
아무리 그래도 누군가에게 미움받는건 조금 마음이 쓰리니깐… 쓴웃음을 지어보이며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나를 제지하던 그녀는 수건이 없는 내 손을 꼭 잡았다.
"고칠꺼야, 가방 집어던지는 버릇도, 집착도, 감시도, 때리는것도, 쉽게 짜증내는것도 전부 고칠꺼야"
"그래…. 그렇다면 누구도 미워하지 않을거야, 걱정마."
그녀가 잡고있는 손에 점점 색이 빠져나가는걸 느낀다, 당신 내 손을 얼마나 세게 잡고있길래 손에 피가 안통하는거야?
"…… 당신을……"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떨려서 어디 문제라도 있는건 아닌가 그녀의 얼굴을 쳐다본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처음 그녀에게 고백할 때 지어보였던 나의 표정이 그녀의 얼굴에 씌워져 있었다.
붉어진 얼굴에 두근거림과 기대감 그리고 두려움이 전부 들어가있는 그런 표정
"……. 무슨"
"………….. 사… 사랑해"
손에는 더 이상 아무런 감각이 없지만 온몸에있는 혈관에서 피가 평소보다 몇 배는 빠르게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피가 쏠려서 얼굴이 붉어지고 있는 나를 보며 그녀는 자포자기 식으로 붉어진 얼굴로 비명치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내가 지금부터 나쁜것들 다 고칠테니깐, 당신을 좋아… 아니 사랑하는 나랑 오늘부터 1일해줘! 이제부턴 당신이 했던만큼 잘할테니깐 나한테서 멀어지지 말아줘!!!!"
머리가 울린다. 여러가지 의미로…..
사랑한다는 단어도 그렇고, 그녀의 고백도 그렇고, 결정적인 숙취의 원인도 그렇고……..
난 이제 더 이상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손을 당겨 그녀를 내 품으로 끌어안았다.
나보다 조금은 작아서 내 품 안으로 완벽히 들어오는 그녀의 귀에 그녀의 고백에 대한 대답을 들려주었다.
"오늘부터 다시 잘 부탁해 나의 애인씨"
뫼비우스의 띠, 아니 상처의 마의 띠를 만나셨나요?
마의 띠를 끊어버리고 싶으시다고 결심을 하시게 되시면 저를 만나실수 있으실꺼에요!
당신이 마의 띠에서 벗어나고 행복을 찾고 싶으시다면 조금은 무식하지만 그녀처럼 잘라보세요.
그럼 이 천사인 제가 당신의 행복을 위해 엣헴!!! 힘을 조금 써줄 수 있답니다.
단!!! 너무 귀찮아하거나 졸려하지는 말아주세요.
그녀 한사람으로 인해 몇천년을 쓸 악과 인내심은 다 쓴 것 같아서 행복보다는 당신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 버릴지도 몰라요~
더 받을 상처가 무서워서 마의 띠 안에서 계속 상처받고있는 당신!
가끔은 그녀처럼 무식하게 잘라버리는 용기도 필요하다는걸 잊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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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작품을 끄적이기 시작한건 별 이유 없었습니다.
같이 있던 오빠가 뫼비우스의띠를 만들어서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던걸 보고 문득 떠오른 내용이었어요.
물론 초반에 작성하다가 폰이 멈춰서 저장이 안되는 바람에 소중한 노트를 집어던질뻔 하기도 했지만, 결국 잘 마무리 지었으니...
결과가 좋은걸로 넘어가죠 ㅎ
아직 소설을 이동시키는 중이라서 다 옮기기 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