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 A
도망 A
짐을 내려주신 이삿짐 아저씨들에게 인사를 하고 방을 둘러본다.
복층형 원룸에서 살기위해 부모님을 설득하고 회유하고 협박하고, 극구 반대하는 오빠들에게 평생부릴 애교를 전부 부려가면서 겨우겨우 얻어낸 나만의 공간.
자리를 잡아놓은 쇼파에 주저앉아 이번애 새로 바꾼 스마트폰을 꺼내고 자연스럽게 오빠들에게 이사가 무사히 완료됨을 알렸다.
[더 필요한거나 가지고 싶은게 있으면 오빠한테 말해 사서 들고갈테니깐]
- 큰오빠
[떨어져있다고 바보짓 말고 공부 열심히하고!!! 누가 괴롭히면 오빠불러! 당장 날아갈테니깐 ㅋㅋ]
- 작은오빠
[너무 힘들거나 마음이 아파지면 혼자 울지말고 연락해 그럼 달래주러 갈테니깐 니가 가장 좋아하는 딸기쉐이크 잔뜩 만들어서 말야]
- 막내오빠
본가에서 도망치듯이 나온 나의 사정을 유일하게 알고있는 막내오빠의 답신에 또 다시 마음이 저릿하게 아파왔다.
- いま-!!!
핸드폰이 뱉어낸 소리에 놀라 폰을 들어보니 다시 막내오빠의 카톡
[현아가 바뀐 니 번호를 알려주지 않으면 내 목을 360도로 꺽어버린다는데... 이 오빠 알려줘야하니?]
일단 오빠의 카톡을 확인후 폰은 진동으로 바꾼뒤 다시 카톡을 열어 답신을 써내려 갔다.
[현아는 아무것도 모르니깐 아무런 말도하지 말고 번호도 비밀로 해줘, 그리고 아무리 무서운 아이여도 절친의 오빠의 목을 꺽어버릴 애는 아냐 ㅎㅎㅎ]
[현아라면 꺽어버릴만도 한데 말이지 ㅎ 일단 약속했으니 지켜줄께]
[고마워]
막내오빠의 마음에 고마워 하면서도 미간에 주름빡!! 잡으면서 오빠를 협박할 현아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것도 사실.
아무것도 모르고 절친이 사라진 황당함에 어쩔줄 몰라하는 현아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마음을 조금 다잡고 나서 연락해도 늦지 않을꺼라는 확신을 가지고, 앉아있던 쇼파에서 풀썩~ 소리가 나게 누워버렸다.
복층구조라 예상외로 높은 천장을 바라보며 조용한 침묵속에 있다보니 그녀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다시 심장이 찌르듯 아파왔다.
"그래도 고백은 했잖아? 평생 끌어낼 용기는 전부 끄집어 냈어.... 잘했어 승아야... 잘했어......"
괜시리 나오는 눈물을 오늘하루만큼은 흘려보내고 내일부터 마음을 다잡자고 마음을 먹고 아무도 옆에 없는 나만의 공간에서 난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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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오빠들 사이에서 예쁨받으면서도 난 늘 언니가 가지고싶었다.
이유는 현아의 언니가 내 오빠들보다 훨씬 멋있어보였으니깐.
중고등학교때 소위 노는 언니들에 속해있던 내 무섭고 사나운 현아를 잠재우는건 어릴때부터 엘리트를 놓치지 않았고 학생회장은 늘 만장일치로 뽑히던 현아의 친 언니인 현미언니였다.
현미언니의 카리스마는 유명했다.
긴 흑발을 휘날리며 짧은 노란머리의 현아의 머리끄댕이를 잡고 학교를 등교시켰던 적이 있고,
학교밖에서 다른 남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우리학교 학생을 구해낸 일이라던가...
물론 위 과정에서는 날나리라면 우리동네는 물론이고 주변동네를 완전 장악하고있는 둘째오빠의 개입이 있었기도 했지만....
학생회장으로 칼같이 업무처리후 흐트러짐없이 이것저것 지시하고 성적관리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그녀는 철의여자 혹은 왕언니 라고 불렸다.
학교에서는 무섭고 냉철하지만 집에서는 다정하고 때때로 엄마보다 잔소리가 더 많은 현미언니가 난 어릴때부터 참 좋았다.
그렇다고 우리오빠들이 꿀리는 스펙은 아닌게 문제.
큰오빠는 어릴때부터 공부를 너무좋아해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교 수석입학, 초중고대 한번도 회장이 아니었던 적이없으며 장남답게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효자아들이자 부모님의 개인사업을 이어나가는 장남
작은오빠는 운동특기생으로 어릴적부터 동네깡패짓은 다 하고 다니면서 중고등학교때는 주변동네까지 완벽재패후 정신차리고 대학교는 체육특기생으로 경호과입학 지금은 졸업후 경호업체에서 유명한 경호원
막내오빠는 미술계열로 눈을떠서 어릴적부터 그림으로 상을 많이타고 중고교를 포함 대학교까지 입학시에 특혜입학으로 유명했고 지금은 예상외로 일러스트작가 일을 하면서 집안에서 나와가장 오래있어준 너무도 마음이 여린 오빠
모든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부모님과 오빠들을 두고있음에도 난 여자언니를 원했다.
오죽하면 현아가 현미언니를 빌려준다고 말할정도로 언니가 정말로 갖고싶었다.
아마 중학교때까지만 해도 그냥 언니를 가지고 싶었다고 생각했었다.
단지 현미언니같은 언니였으면 하고 생각했을뿐....
그 마음이 바뀐건 고등학교 입학후....
현미언니가 학생회장일 무렵 어릴때부터 들어오던 언니를 향한 찬사들이 귀에 거슬리고,
언니를 보면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언니주변 사람들에게 괜시리 짜증이 나는 이상한 현상이 반복되던 나는 반쯤 미쳐버린 상태로 내방을 거의 초토화 시킨적이 있었다.
입을 꾹 닫고 혼자 고민하고 울던 나에게 막내오빠는 구원같은 존재였고 돌이켜보면 이 아픔의 시작을 알려준 당사자였지.......
내가 현미언니를 언니로써가 아닌 한 사람으로써 좋아하고 있다는걸 자각시켜버린 오빠는 조금은 후회되는 얼굴로 그때 경고아닌 경고를 해주었다
"동성을 사랑하게 되면 많이 아플일이 많아, 주변도 신경쓸때가 있고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더럽게 볼때도 있고 친했다고 믿었던 사람들과 멀어지기도 해.... 다 견딜수 있겠어?"
그날 난 막내오빠의 품속에서 목이 쉴때까지 울어버렸다.
부모님이 내 상태가 별로임을 감지하시고 날 몇일간 쉴수있게 해주시는 동안 난 막내오빠품에서 또다시 울고 먹고 자고 울고 먹고 자고를 계속 반복했다
나중에야 들은 말이지만 부모님과 두 오빠는 내가 죽는줄 알고 정말 미쳐버릴것 같았다고..
평생 밝게 웃던아이가 때려부시고 우는 모습이 너무 생소하지만 쉽게 말리지도 못하고 방 밖에서 계속 이리저리 돌아다니셨다고...
그렇게 말도안되게 사랑에 빠져버린 나는 최대한 티나지 않게 하지만 그녀와 가까운 위치에서 묵묵히 내 자리를 지켰다.
현미언니가 학교를 졸업하고 큰오빠와 같은 대학에 들어갔음을 알고나서부턴 정말 집념 하나로 공부를 했다.
천재인 오빠의 머리를 빌려 평생 중상위만 유지하던 성적을 최고성적으로 올리고 행여 실수로라도 입학하기 어려워 질때를 대비 자격증도 따고 평생 써보지 않은 빽까지 써가며 노력했다.
그렇게 노력하던 어느날 들려온 현미언니의 연인에 대한 소식.
너무도 멋지고 괜찮은 사람관 가벼운 마음으로 사귀고 있다고 밝게 말하는 현미언니의 말에 정말 죽고싶을만큼 아팠다.
막내오빠의 위로는 그날도 날 다독여 주었고
난 결국 그냥 언니의 옆에 있겠다는 마음을 다시한번 다잡고 더욱 내 스펙을 쌓는데 노력했다
도려내는 듯한 심장의 아픔을 지배하며 언니와 같은 대학에 입학하여 한 학년을 거의 마무리 할때쯤 언니는 내 앞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힘들다 고백했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학교는 힘들고 의지할곳은 전혀 없다고 내 옷을 꼭 잡고 울던 언니의 모습에 난 할 말을 잃었다.
그날 언니를 달래서 집에 데려다 준 후 현아의 폭풍잔소리를 뒤로하고 도망치듯 집으로 들어와서 내 앞에서 눈물흘리던 언니의 모습이 계속 생각이나서 그리고 심장이 너무 아파서 정말 미쳐버릴것 같았다.
몇일 뒤 또 학생회에서 술자리를 가진듯 힘겹게 다른 선배들을 어색한 미소로 배웅하는 언니를 보니 심장이 뒤틀리듯 아파왔다.
질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통증이 나를 짜증나게 했고 다른 선배들을 배웅하는 언니의 손을 잡아 끌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승아야! 아무리 시험도 끝났지만 이렇게 언니를 끌고나오면 언니 입장이 좀 곤란해."
"바보같이 힘들면서 힘들다고 말도 못하고 아픈데 아프다고 말도 못하고 보이는 부분이 물론 중요하지만 가끔은 말하는것도 필요하다는걸 나보가 언니가 더 잘 알잖아요!!!"
내 말에 쓴 웃음을 지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 언니의 얼굴은 너무 지쳐보였다.
"이제까지 쌓아놓은 이미지가 쉽게 없어지지는 않아. 일단 내년 회장도 확정이라 정신도 없고.... 조금 바보같지?"
"아뇨... 언니답네요.... 어릴때부터 묵묵하게 힘들어도 다 해내려 하던 언니답네요..."
"그래도 승아 덕분에....."
"그런 바보같이 묵묵하고 착하고 노력하는 언니가 좋아요"ㅏㅔ
언니의 말을 끊어버리고 그간 잘 참아냈던 속마음을 뱉어버렸다.
언니는 경직된 상태로 날 쳐다보았고 난 다시한번 입을 열었다
"나 한승아는 송현미를 사랑해요. 언니동생으로써가 아니라 연인감정으로"
언니는 그때까지 잡혀있던 내 손을 뿌리치고 그럴리 없다며 장난치지 말라고 윽박질렀지만 진지한 내표정에 오빠가 말한 더러운것을 본다는 표정으로 날 한참 바라보더니 그 자리에서 벗어나 버렸다.
일생일대의 고백이 이렇게 된줄은 알고있었지만 다리 힘이 빠지는건 사실.
막내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마중부탁을 하고 오빠에게 전부 이야기 하자 오빠는 날 부여잡고 나보다 더 서럽게 울었다.
그렇게 대학교 1학년이 끝난 날
난 짝사랑 상대에게 거절당했다 아주 심하게.
---2---
방학이 시작되고 난 휴학신청서를 집어던지듯 제출
부모님과 오빠를 설득 집에서 독립, 하지만 부모님 회사에서 엄마의 비서로 일을 하면서 미리 사회를 배워보겠다고 회유.
막내라면 끔찍히 아껴주시는 아빠의 도움으로 엄마의 비서일을 하게되면서 자연스레 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혼자가 되면 가끔씩 울컥울컥 아파오는 통증.
여전히 막내오빠를 협박중인 현아를 피해다니는 오빠와 나.
그렇게 도망치고 또 도망치면서...
회사업무에 어느덧 익숙해지고,
오빠 애인이 남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기겁하고 부러워하면서,
큰 오빠의 결혼소식에 집안식구가 모두 좋아하고,
작은오빠가 경호업계에서 유명세가 높아져 높으신 분이랑 일하게 된걸 축하하고,
부모님을 여행보내드리려고 우리가 돈도 모아보는사이 일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학교를 다시 다닐지 엄마의 일을 일년 더 도울지 생각하는 동안 큰 오빠의 결혼준비부터 오빠가 한번도 쓰지않은 휴가를 몰아쓰는 바람에 엄마는 조금 더 도우라며 휴학연장을 요청했고 난 엄마의 말을 듣기로 해서 연장신청을 위해 학교를 찾았다.
조금은 싸늘한 날씨가 택시에서 내린순간부터 나를 휘감았고 유독 추위에 약한나는 목도리를 돌돌 둘러싸고 교무처를 향해걸어갔다.
"한..승....아......."
간단히 용건을 말하고 연장신청을 완료한 뒤 건물 밖으로 빠져나온 나를 잡아세운건 매우 낮게 깔린 목소리로 내 이름을 씹어삼키듯 이야기하는 현아였다.....
도망칠까 생각해봤지만 현아의 달리기는 50미터6초대 죽어라 뛰어도 잡힐게 분명했기에 한숨을 내쉬며 뒤돌았다
그리고 내 눈에 보인건 현아뒤에서 약간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현미언니.
"신도 참 무심하시지......"
"뭐 이년아? 무심하셔? 무심한건 니년이지 어떻게 일년넘게 연락을 안하냐?! 번호바꾸고 초중고대 애들연락을 전부 끊어버려?! 심지어 가족들도 이야기 안해주고 너 찾으려고 니년 교수한테 부탁까지 했어!! 이 내가!!!!"
흥분상태인 현아는 나에게 삿대질을 하며 화를냈고 난 흥분해서 뭐라고 더 소리지르는 녀석을 무시하고 가방에서 내 명함을 꺼내 현아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뭐야 이건...."
연락처랑 지금 일하는곳."
"아줌마 아저씨 회사잖아."
"거기서 일하는거 맞아 그러니깐 그 연락처로 전화해 카톡하던가. 난 웨딩드레스 보러가야해서 여기서 시간끌수 없어"
큰오빠대신 형수될 사람 드레스 봐주러 막내오빠와 움직여야 하는데 잊으려고 노력하던 사람이 눈앞에 있으면 이 뒤에 아무것도 못하게 될테니.... 피해야지.
[10분 이내로 정문도착~ 추우니깐 목도리 잘 동여메고 기다리렴!]
- 막내오빠
폰 진동에 쳐다보니 오빠의 도착시간 알림, 빨리 움직여야 겠다는 생각으로 두명이 무슨표정으로 날 쳐다보는지 신경도 쓰지않고 그 자리를 피했다.
오빠를 만나고 형수를 만나 옷을 준비하고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오빠가 계속 나를 신경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오빠를 본 순간 오빠는 나를 품에 꼭 안아주었다.
뭐든지 다 알고있다는 듯 따뜻하게 안아주는 오빠가 너무 고마워 안아주던 오빠의 품에서 가만히 있었더니 형수될 언니가 갑작스레 우리둘을 안아왔다
"벌써부터 나만빼고 둘이서만 그러면 새언니 섭하죠!"
매우 밝은 새언니는 우리둘이 숨이막힐때까지 꽉 안아주었다.
늦은시간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가려는 나를 잡는 막내오빠.
오늘하루는 본가에가서 가족들과 함께있자고 나를 설득했다.
오전에 힘든일이 있음을 감지해서인지 오빠는 나를 보내지 않겠다는 일념하나로 설득을 하고 회유를 했고 결국 난 그날 본가에서 부모님 정확히는 엄마의 품 안에서 따뜻하고 아늑하게 잠들수 있었다.
다음날부터 현아로부터 쏟아지는 폭풍카톡에 근근히 답장하면서도 중요한 이야기는 전부 피해가며 현아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현미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않으려 노력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큰오빠의 결혼식은 화려하지 않게 진행해 달라는 예비부부의 요청으로 우리는 가족들과 몇몇 회사어르신을 빼고는 그 누구도 초대하지 않고 정말 조용하게 진행했다.
새언니의 부탁대로 6월초에 결혼식을 하고 바로 여행을 떠나버린 오빠의 빈자리를 채우기위해 업무량이 늘어버렸고 장기간 여행을 떠나버린 오빠를 원망하면서도 일이 늘어서 딴 생각을 못하게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느낌이 공존했다.
정신없이 일하고 또 일하고 엄마의 보조까지 소화해내며 한달을 보내고 오빠가 돌아온날 난 서스름없이 손을 내밀었다.
"수고료 줘."
너무힘들었다고 투정부리는 나에게 큰오빠는 웃으면서 오빠카드를 건네주었다.
새언니가 알면 혼나는거 아닌가 생각하면서도 웃으면서 오빠카드를 지갑에 넣고 또 다시 손을 내밀었다.
"응?"
"모른척 하다니! 동생을 위해 선물은 안사온거야?!"
"그건 새언니되는 사람이 사놨어, 오늘 받으러 집에와 정식으로 인사하고 친하게 지내두라고"
에에에!!!!
놀러갔다왔으면 바로줘야지 왜 사람을 궁금하게 만드는건지...
새언니도 일을하니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퇴근준비를 하는중 울린 내 핸드폰
[저녁에 바빠?]
- 현아
최근 연락을 뜸하게 했던걸 생각하며 혀를 찼다.
누군지 확인도 안하고 봐버린 실수네.
확인했다는걸 알게 되었으니 또 잔소리 하기전에 답장을 작성했다.
[오늘 새가족과 인사해야해서 저녁엔 좀 바빠]
[새가족은 뭐야? 오빠중에 누구 결혼하셨어?]
[응... 뭐 그렇지]
시덥지않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일층으로 내려가자 밝게웃으며 날 기다리는 엄마와 큰오빠 셋이같이 차를타고 본가로가자 우리와 거의비슷하게 들어오는 새언니의 차.
예상보다 시간이 지체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짜증은 났지만 티내지 않고 집으로 들어가서 자연스레 막내오빠의 방으로 올라가려는 나를 잡는 조금은 강한힘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새언니가 내 팔을잡고 내려가자는 제스츄어를 취해보였다
"승준씨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깐 그렇게 언니를 가지고 싶어했다면서요~"
서글서글하게 말하며 나를 이끄는 새언니를 따라 부엌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밥차리는걸 돕고 대화도 나누다보니 자연스레 나도 식사를 하는 대열에 휩싸여 있었다.
!!! 선물만 받고 도망치려던 나의 속셈을 알려준거야?! 얍삽한 큰오빠 같으니라고..
밥을먹으면서 웃음을 참지못하는 큰오빠를 잠깐 노려보고 이미 시작된 식사를 즐기며 7명이나 되는 가족의 식사는 정신없지만 따뜻한 느낌이 가득 느껴졌다.
물론 식후 새언니의 선물을 받고 기분좋게 돌아갈 채비를 했다.
당연히 막내오빠가 데려다줄거라는 생각에 막내오빠의 차키를 손에들고 오빠를 바라보는데 자리에서 일어나는 오빠의 어깨를 살포시 내리누르며 나에게 다가온건 새언니..
"승원씨는 집에서 있으세요~ 이 언니가 데려다 주고 올께요."
새언니의 행동에 놀란건 나뿐만이 아니라 막내오빠도 적잖이 당황한 얼굴로 날 괜찮겠냐고 쳐다보았고, 큰오빠의 얼굴을 보자 웃음을 참으며 다녀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저사람이 요즘 왜저렇게 능글맞게 변해가는거지.....
어정쩡하게 현관에 서있는 나의손을 잡고 날 데리고가는 새언니.
막내오빠는 따라오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큰오빠에게 잡혀 다시 주저앉아 당황한 눈으로 끌려가는 나를 쳐다만 보고있었다.
"승아 잡아먹겠다는것도 아니고 친해지겠다는데 냅둬~"
"다녀오겠습니다~"
밝게인사하는 새언니에게 끌려 언니의 차에 탑승, 집을 알고있는건지 자연스럽게 차를 출발시켰다
승준씨따라 집가까이 가본적 있어요. 걱정이 많아서 자주 가는데 정작 간섭한다고 할까봐 들어가지는 않고 잘 있나 보고만 돌아가고 하더라구요~ 참 질투했었는데 지금은 가족이 되니깐 걱정이 앞서게 되던데요."
"다들 왜 그렇게 걱정하는 거래요?"
"예전처럼 밝게웃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고하거나 먹는양도 줄어서 살도 점점 빠져간다고 하거나 어릴때보다 잔병치레가 많아져서 갑자기 쓰러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물론 처음봤을때보다 살이빠진듯 해서 저도 걱정이죠..."
아.... 그러고보니 살이 어릴때에 비해 많이 빠지긴 했었구나...
고등학교때 입던 옷들이 전부 헐렁해진걸보니.. 예상보다 많이 걱정을 끼치고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그렇다고 억지로 웃으려고 한다면 더 신경쓰일테니깐 너무 애쓰지는 말아요, 언젠간 나아질꺼라고 믿고있어요."
차가 집앞에 도착해서 올라가려는 나를 새언니는 품에 꼬옥 안아주었다.
마치 엄마가 안아줄때처럼 따뜻한 품에서 왜인지 현미언니의 생각이나서 언니의 등뒤로 팔을 감아 같이 꼬옥 안았다......
그리고 새삼 느꼈다.
아..... 나에게 언니가 생겼다... 라고
---3---
새언니가 생기고 나는 조금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속을 전부 내보일순 없었지만 언니가 세세하게 챙겨주는 모습에 조금은 어릴때부터 원했던 언니가 정말로 생긴거에대한 행복함이 나를 차분하게 만들어준것 같아 좋았다.
물론 막내오빠도 조금 안정을 찾은 내 상태에 안심했는지 예전보단 덜 조심스럽게 장난도 치고 막말도 조금씩 다시 오가는 상태로 점점 돌아가고있었다
[야 오늘 시간되냐?]
- 현아
울린 진동에 오빠가 내 핸드폰을 열어보고 굳었고, 곧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눈에 보인것은 현아의 간략한 카톡.
아무런 말 없이 오빠를 노려봤다.
주말에 왜 나의 평온을 방해하려는거야!!
한동안 답장을 안하고 폰을 노려보고 있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오빠
"현미랑 다르게 현아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계속 피하면 현아가 상처받지 않겠어?"
"알고있어, 머리로는 전부 알고있는데 힘들어 현아를 만나면 붙잡고 울어버릴까봐 힘들다고 쏟아낼까봐 안돼."
"친구잖아? 현아라면 받아들일것 같은데....."
"만약 현미언니와 같은표정으로 날 바라보면 난 정말.........."
이번엔 정말 죽고싶은 마음이 들지몰라....
입안으로 삼킨말을 오빠는 눈치챘는지 쇼파에 앉아있는 나를 품에 안아주었다.
그렇게 몇분.. 폰이 다시 울렸다.
[시간 되냐고!!]
-현아
아.. 더러운 성질 어디 안간다고 신경질적인 녀석의 카톡에 오빠는 웃음지으며 내 폰을 부드럽게 가져가서 통화버튼을 눌렀다?!!
- 시간되냐고 물어봤더니 전화질이냐 시간 있어 없어?
"..........."
- 아 씨 이게 미쳤나 걸어놓고 말이 없어?!
"현아야~ 우리 승아 시간있어 오빠가 승아좀 꾸미고 보낼께 있다가 우리 회사 앞에서 봐~"
일방적으로 말하고 전화를 끊어버린 오빠의 멱살을 잡고 미친듯이 흔들어 댔다
미쳤어 미쳤어! 어쩔려고 맘대로 약속을 잡냐?!
"2년 가까이 피했으니깐 이젠 만나서 풀때도 됐지... 힘들면 오빠나 형수품에서 울면되지 요즘 형수가 있어서 많이 안정적으로 변했잖아?"
오빠의 달래는 말에 마음을 다잡고 씻으러 들어갔다.
씻고난뒤 머리를 정돈하고 샤워룸을 나오자 오빠는 온데간데 없고 옷을 들고 웃으며 서있는 새언니가 있었다...
이인간이 오늘따라......
"일단 옷부터 입어볼까나~ 귀여운 아가씨~~"
새언니의가 골라준 옷을 입고 억지로 우유한잔을 마시고 언니의 손에 끌려 집밖으로 강제 퇴출되어 언니차에 탑승 회사앞으로 가는동안 오빠에게 폭풍카톡을 했으나 돌아오는건 [ㅋㅋㅋㅋㅋㅋㅋㅋ]답장뿐
빠른시일내로 복수하겠어!!!!
어느새 회사앞에 도착한 차 안에서 내리지 않으려 애쓰는 나를 언니가 억지로 잡아당겨서 끄집어냈고 난 죽을상을하고 차에서 내렸다.
"승준오빠카드 막 긁어버릴꺼에요...."
"괜찮아요 그이가 결산하는거니깐~"
이익!!!! 얄미운 인간들아!!!
뭐라 반박하려는 나를 새언니는 꼭 안아주었다. 평소에 안아주는 따스한포옹이 아니라 어딘가 부셔질만큼 아프게 안는 언니에게 당황했지만 언니는 곧 웃으며 나를 풀어주었다.
"집에 들어가면 카톡해요 가족들한테 잘 들어갔다고, 알겠죠?"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언니를 배웅했다.
조그마한 백팩을 추스리고 핸드폰을 꺼내는 순간 옆에서 누군가가 날 힘있게 때렸다.
이럴사람은 내가 아는 인간중 단 한명
"현아 안녕."
"학교에서 보고 오랜만이다 한승아?"
"........안녕하세요...."
날 쥐어팰 기세로 달려드는 현아의 손을 막은건 현미언니였다.
입밖으로 튀어나오려던 언니라는 단어를 삼켰다....감히 부를수 없었던 그 사람의 이름이 오늘은 괜히 아프다...
"야 밥이나 먹자 두명다 돈이 많으니 둘이 나눠서 사줘"
"뻔뻔한것 같으니라고.... 가자 맛있는곳 알아"
난 자연스레 현아의 옆에서서 그 사람과의 거리를 넓히고 현아와 이야기를 하면서 먹고 수다떠는걸로 하루를 보냈다.
[아직 집 안들어갔어요?]
- 언니
걱정스러운 카톡에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파토내려는 순간 현아가 날 보며 자리에 앉으아는듯 고개를 까닥였다.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해 할말은 이제 카톡으로 해도 되잖아?"
"앉으라고"
"용건이 있으면 카톡으로 하라고 금방 이야기 한것 같은데?"
"힘쓰기 전에 자리에 앉는게 좋을텐데"
몇년만에 느껴보는 우리사이의 삭막한 공기에 나도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나이살 처먹어서도 둘다 성격은 어디 안가네"
다시 자리에 앉아 친구에게 말할수있는 기회를 준다.
뭔 말을 하려는건지는 모르지만 쓸데없는 소리나 해댈테지... 난 여전히 무시하면 되는거고.
"고백했다며"
- 흠칫!
현아의 말에 너무놀라 그 사람을 쳐다보았고 그 사람은 평소와 다르게 당황한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저 눈이 예전에 날 더러운걸 보는듯한 눈으로 바뀌었는데....
오랜만에 덥쳐오는 극심한 통증에 내 얼굴에 있던 표정이 사라져감을 느꼈다
오빠...
친구마저 잃어버릴것 같아....
"야! 왜 대답이 없냐 우리언니한테 고백했다며?"
"... 하아 자매가 하나같이 이렇게 냉정하고 이기적이냐.... 물론 가장 이기적인건 나겠지만.."
"야... 화내는건 아니..."
잊어요, 이미 2년가까이 지난일인데 왜 다시 뒤집어까나요 더러운 흙탕물은 가만히두면 흙이 아래로 가라앉아버리고 위에는 깨끗해보이게 둔갑이 가능해요 누군가 다시 휘젓기 전에 말이죠.... 휘젓지 마세요 나도 당신에대한 감정 잊어가고 있으니깐 과거는 잊어줘요. 언젠가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할지도 모르는 당신의 기억속에서 걸림돌따위 되고싶지 않아요"
짜증이났다.
그 사람이 현아에게 이야기한 사실도 고백에대한 거절에대해 이렇게 청문회식으로 따짐을 받는것도, 기껏 잊으려고 흘려보내려고 노력하는 나에게 이런일이 일어나버린 것도.....
하지만 가장 짜증이 나는것은 그날 고백해버린 나의 바보같은 모습이 가장 짜증이난다.
"민폐였네요, 그렇게 싫어하던 사람에게 고개 빳빳히 들고 내 이야기 한거 보니깐 정말 민폐네요 잊어주세요 없던일로 하죠 더이상 뵐 일도 없을것 같아요 결제는 제가 하고갈께요"
아프다..... 너무 아프다...
내 인내심의 한계가 이렇게 커다란 상처를 담아올줄 알았더라면 절대 입밖으로 내는게 아니었어...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결제를 하고 가게를 나와버렸다.
하늘은 어두웠고 내 마음은 하늘보다 더 어두웠으며 머리속에선 그 사람의 표정들이 지나가면서 심장이 미칠듯이 아파왔다.
[엄마한테 휴가좀 달라고 요청해줘]
큰 오빠에게 카톡을 날리고 핸드폰을 가방에 집어던지듯 넣어두었다.
아무런 이야기도 듣고싶지 않고 하고싶지도 않다.......
대체 사람들은 이런 통증을 어떻게 견디는지 잘 모르겠네.......
집에 도착해서 문을 전부 걸어잠그고 대충 씻은 뒤 침대로 들어갔다
더이상 몸을 움직일 힘도 이유도 없으니 이젠 좀 위험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낼 새도 힘도없이 난 그렇 눈을감았다
---4---
- 쾅쾅쾅쾅!!!!
열라고!!!"
- 쾅쾅쾅쾅!!!!!
"한승아!!!!!!!!!! 문열어!!!!!!"
누....구......? 시끄러.......
- 쾅쾅쾅쾅!!!
........ 아 조용해 졌다.......
- 위이이이이잉!!!!! 기기기긱!!!!!
무슨......?
- 쾅!!!!
"한승....... 형!! 구급차!!!"
시끄럽다고.........
"단순 탈진입니다."
"탈진? 탈진으로 애가 일주일이나 정신을 못차려요? 여기온지 벌써 삼일째라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때 주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머리가 울리는 느낌...
".... 머리.... 울려...."
모기같은 내 목소리는 너무 심하게 갈라진 탓인지 괴물같았지만, 그런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의사는 알수없는 빛을 눈에 쏴대고 간호사들은 열을체크 혈압체크 큰오빠네 부부는 침대주변에서 서성이며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난 그런 어색한 공기가 너무 무겁다고 생각을 했지만 굳이 입밖으로 생각을 이야기 하지는 않았다.
"한승아....."
"............응"
"한승원......"
"..... 큰형? 왜?"
- 퍼억!!!!!!
큰오빠는 막내오빠의 얼굴에 주먹을 내질렀고 막내오빠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병실구석으로 날아가듯 쓰러져버렸다.
- 짜악!!!
"승준씨!!!"
큰오빠에게 뺨을맞고 고개가 정말 부러질 기세로 돌아갔다.
너무 아팠지만 이미 온몸이 아픈상태라 아쩌지도 못하는 나의 대신 새언니의 비명과 같은 질책이 들려온다.. 큰오빠한테는 태어나서 처음 맞아본지라 아픈것도 그렇고 적잖아 쇼크였다.
막내오빠도 마찬가지 였는지 얼굴을 부여잡고 휘청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로 슬슬 다가와서 침대옆에 직립자세로 큰오빠를 바라본다.....
"언제까지 너희만의 비밀이라고 생각할껀데? 지금까지 침묵했던 이유는 모른척 함으로써 두 막내가 웃으면서 지낼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온가족이 묵인하고 있었던거야. 승원이가 조금 더 자신의 작품세계보다 사람을 보며 웃을수 있기를... 승아가 어릴때 밝은 웃음과 명랑함을 조금이라도 되찾을수 있기를.. 온 가족이 그 이유로 묵인하고 있었던거야!!!! 자기 집에서 혼자 죽어가고 있으라는게 아니었고 막내소식에 죽을만큼 술을 퍼 마시라고 묵인하고 있었던게 아니라고!!!!!!!!!! 우리가 가족의 비밀을 정말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병신들이라고 생각한거냐?!"
큰 오빠의 노성에 나와 막내오빠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주먹을 꽉 쥐고있는 큰 오빠를 쳐다봐야만 했다.
집안에서 누구보다 카리스마있고 이해력이 높고 동생들에게 화를 잘 내지않던 큰오빠가 이렇게 분노하는건 처음이었을 뿐더러 모든 사실을 알고있었다는게 더 놀라웠다.
승아는 다시한번 이런일이 생기면 무조건 본가로 들어오게 할꺼야, 그리고 일 그만하고 다시 학업 복귀해 계속 일로 도피한다고 해결되지않아 시간이 지워주기를 기다리며 마음에 담아가는수밖에 없어. 그리고 하필 현미냐?!! 그 철의여인이 대체 어디가 좋다고 내 동생이 이렇게 고생을 하니?!"
.... 정말 모든걸 알고있으면서 모른척 해주고 있었던 거구나......
난 큰오빠의 걱정이 섞인말과 장난스러운 말에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일수밖에 없었다.
"승원이는 빠른 시일내로 그놈 데리고 와서 정식으로 인사시켜... 부모님도 더이상 못 기다리시는 눈치니깐"
".... 형!!"
막내오빠또한 놀란눈치로 큰오빠를 한참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임으로 수긍했다.
"오빠가 퇴사신청은 끝내놨어 물론 복학신청도 끝내놨고 참고로 이번에 니가 내 동생임을 그 학교에 다 알려놨으니 학교생활에 변화는 좀 있을거다."
"...... 큰 오빠...."
"복학까지 아직 시간 많이 남았지만 수업따라가려면 공부도 좀 더 해야하고 건강상태 보아하니 운동도 좀 해야할것 같아서 이것저것 찾아놨으니 언니랑 보면서 결정해놔 그리고 한동안은 언니가 너랑 같이 있기로 했어. 아무리 이뻐도 오빠여자니깐 반하면 안된다!"
뭐 이인간아?! 자리에서 일어나서 항의하려던 나는 갑자기 핑~ 하고 세상이 도는 느낌에 쓰러지듯 뒤로 넘어갔다.
"아직 의사가 무리하지는 말랬다. 몇일 더 있다가 퇴원하는걸로 하고 조금있다 남은 가족들이 오면 몇대 더 맞을 각오들 하셔"
큰 오빠의 말대로 저녁 시간에 찾아온 작은오빠에게 승원오빠는 죽지않을 만큼 맞았고 나또한 걱정끼친 대가로 목이 부러질 정도의 강함으로 뺨을 몇대 얻어맞았다.
문제는 그 뒤 아빠는 아직 정신차리던 막내오빠에게 주먹을 날렸으며 난 엄마에게 온몸을 두드려 맞아야했다
"...... 아하(아파)"
"승혁이가 엄청 세게 때렸나봐... 팅팅부어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구만"
큰 오빠는 미안한 표정으로 내 양 볼에 얼음수건을 가져다 대며 가라앉혀주려 노력했지만 아무래도 이건 몇일은 갈것같아.....
작은오빠의 손은 정말 너무 아팠으니깐....
"승준씨가 무식하게 아가야를 때려서 일이커진건데 그런말투는 좀 아니지 않아?"
하루종일 얻어맞는 모습을 지켜본 언니의 날카로운 말에 큰오빠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보니 새언니는 우리에대헤 어떻게 알고있길래 아무렇지 않아하는거야?
"결혼전에 이야기 했어 사실 내 동생들이 이러한 성향을 가지고 있고 그때문에 사람사귀는게 어색하며 잘 어울리려 하지 않고 도망만 다닌다고 지금이라도 받아들일수 없다면 파혼도 각오하겠다고"
"어머? 그 뒷 이야기가 빠졌네요~ 파혼을 각오하면서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건 나는 내 가족이 너무 소중하고 결혼할 사람이 동생들을 이상하게 보고 싫어한다면 차라리 결혼을 포기하고 내 동생들을 이해해줄수 있는 그런 사람을 찾아봐야 한다는거 있죠"
"저.... 저기!!"
"못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더 많을텐데 왜 꼭 결혼을 하려고 하냐고 물어봤더니 한다는 말이 [막내동생이 언니가 너무 가지고 싶다고 평생을 졸랐거든] 이라니!!"
미안해요 언니 그런 시덥지않은 이유로 우리집안에 시집오게해서 정말 미안해요...
"사진을 보고나서 이런 어린 여동생이 있으면 나도 좋겠다 생각했어요 난 외동이라 형제끼리의 돈독함은 전혀 몰랐고, 승준씨의 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과 가족을 너무도 사랑한다는게 느껴져서 얼마안가서 결혼날짜 잡자고 했죠"
오빠도 오빠지만 언니도 대단하네....
얼음이 오빠의 손에서 벗어나 언니의 손에들어가고 그 얼음은 또다시 내 볼을 가라앉히는데 아주 큰 공을세웠다.....
병원에 있는동안 언니에게 폭풍잔소리를 들으며 억지로 밥을 먹고 학원과 운동할곳을 찾아보고 퇴원과 동시에 등록하고 한동안은 언니의 잔소리와 함께 몸을 움직였더니 곧 생활패턴이 잡혀서 점점 일상생활에 익숙해졌고 다음해 나는 다시 대학생이 되었다...
---5---
오늘부터 2학년 시작이지?! 오빠는 동생이 열심히 할꺼라 믿어!]
- 큰오빠
[조금 괜찮은 아이들 발견하거든 사진좀 찍어보내라 이 오빠 너무 외롭다 ㅠ]
- 작은오빠
[사회생활 해봐서 알지? 학교다닐때 많이 즐겨둬~ 아직 날이 싸늘하니깐 가디건이나 얇은긴팔 챙겨다니고]
- 막내오빠
[학교생활이 오랜만이라 어색할테지만 힘내요! 곧 익숙해질테니깐!! 저녁에 짐에서 같이 운동하는거 잊지말고 와요^^]
- 언니
가족의 응원과 응원이 아닌 사심도 들어있는 카톡에 답장하며 과실로 향했다.
교수님이 들렀다 가라고 하신것도 있고 적응을 위해 확인할것도 있었던이유로 과실의 문을 연순간 교수님이 의자에 앉으셔서 조교로 보이는 사람에게 이것저것 요청하시는게 보였고 난 교수님의 말이 끝나길 기다리며 일년만에 느끼는 과실의 분위기가 사무실과 달라서 숨통이 조금트이는 느낌이든다.
"아!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왔네?"
"오랜만에 뵙네요 교수님."
"자네가 그 유명한 승준이의 막내동생인줄 이번에 알았어! 이야 기대하고있을께~"
"하하... 오빠는 천재고 전 평범한 소시민이라 기대에 부흥할지는 모르겠으나 열심히 하겠습니다.... 근데 오시라고 하신 이유는..."
쓸데없는 곳으로 이야기가 빠져나감을 차단하며 용건을 확인하기 위해 직설적으로 물어본다.
"2년만의 복귀니깐 좀 도움이 필요할듯 싶어서 우리 조교에게 도움좀 받으라고 불렀지. 서로 인사해 이쪽은 작년 학생회장이고 대학원 진학하면서 과조교로 일하게된 송현미 양이네, 이쪽은 진급시기에 휴학하고 2년을 버팅기다 돌아온 엘리트 코스를 밟고있는 현승아 양이야."
신이여....... 내가 잘못했습니다...
이젠 좀 덜 아프게 도와주면 안되시는 겁니까...
형식적으로 웃으며 인사했고 그사람 또한 학생회장때 가끔 보이던 가식적인 미소로 인사했다.
"적응할수있게 도와줘. 승아양은 힘내고!"
"예 감사합니다."
교수님이 자리를 떠나가시고 내려온 침묵에 한숨이 새어나오려 했지만 나는 그럴수 없다는 생각에 참았다.
"강의 신청도 완료했구요, 필요점수들 다 채웠으니 강의실 위치만 알려주시면 될것같아요. 필요서적은 예전처럼 학교내에서 구매하면 될테구요."
"..............."
"...... 불편하신거 같으니깐 그냥 제가 해결할께요 죄송해요."
젠장 젠장 젠장!!!!!!!!!!
더 이상 볼일 없을꺼라 생각해서 휴학을 오래했는데 이러면 대체 무슨 소용이냐고!!
이럴거였으면 작은오빠네 대학으로 가는거였어... 내가 왜 이 학교를 죽어라고 공부해서 들어온거야 대체...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마음속에 눌러담으며 뒤돌아 나가려는 찰나 등에 메고있던 백팩이 끌어당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착각이 분명할테니 다시 몸을 앞으로 향했으나 가방이 계속 뒤에 잡혀있었고 바보같이 끈의 끝부분이 또 어딘가에 걸린건 아닌가 하고 뒤를 돌아본순간
- 짜악!!!
....... 그래 이기적이고 민폐끼쳤으니 화낼수도 있겠지 다시 만났으니 그사람으로선 더 열이 뻗치는 일일테고 고백의 거절을 두 번 받으려니 기분은 더럽지만 내가 감안하면 되는 일..
남에게 쇼크줘놓고 당당하게 나타나니 열뻗쳐서 때릴수 있어......
고개가 돌아가버린 상태에서 생각을 마치고 다시 정면을 본 순간 눈이 차분하게 가라앉아있는 풀 분노상태의 그 사람의 손이 다시한번 공중으로 올라갔다.
이를 악물고 다가올 통증에 대비하지만 예상외로 두번째 충격은 없고 그사람의 손은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평생 나랑 현아랑 안볼생각이었어?"
현아는 볼수있지만 당신은 잘......
"그렇게 말도안되는 짓을 벌여놓고 도망치고 사라지면 니가 벌려놓은짓이 없어질꺼라 생각했어? 너 그렇게 무책임한 아이었니?!"
........ 일단 죽을만큼 아팠는데 나부터 살고봐야죠....
"니가 무슨짓을 했는지 알아? 너 그렇게 사라져서 현아가 반쯤 미쳐서 동네를 다 쑤시고 다니는 바람에 그 아이 말리느라 밤낮 가리지않고 그 녀석 잡아오느라 정신없었어! 나중에는 너와의 사실을 이야기 했더니 언니때문에 사라진거 아니냐며 집안을 얼마나 뒤집어놨는데!!! 화해해 보려고 교수연락처도 알려서 손쓰게 하고 먹을것도 사주고 가지고 싶어하던것 사줘봐도 그 아이가 마음을 열지 않아서 일년간 엄청 고생했다고! 겨우 널 만나서 연락하고나니 예전처럼 돌아가나 싶었는데 그날 이후로 또다시 반복이야.... 왜!! 니가 뭔데 우리자매한테 이래?!!!!"
"..... 그래요 제가 뭐냐구요? 초중고 같은학교 다니던 후배A요 이젠 대학교 같은 과 후배일 뿐이죠 접점은 없을테고, 당신네 가족에 피해끼치지도 않을꺼에요. 현아? 그 아이에겐 미안하죠 하지만 현아는 강한 아이니깐 곧 다시 일어날꺼에요, 물론 제 얼굴조차 보기싫으실 테지만 한학기만 모른 척 하세요. 저도 생각이라는게 있어서 한학기후에는 무조건 다른 학과로 전과할테니까요"
현아야 미안..... 조금더 널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날도 너무 막말하고 들어와버려서 니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되어버렸네.....
그 사람의 얼굴이 일그러짐을 보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직 뺨이 좀 욱신거리지만 뺨보다 확실한 거절의 느낌에 심장이 더 아파온다....
하지만 여기서 더 시간을 끌 여유는 없기에 폰을 꺼내 시간표를 확인하고 강의실 확인을 위해 나가려는 순간 다시 잡힌 가방....
"하실 말씀이 더 있으신가요 조교님"
보내주세요.... 당신을 보는것만으로도 이젠 아프기만 할뿐이니깐.....
내가 당신 눈에 띄지않으면 되는건데 왜 자꾸 잡으려해요.....
"현아에게는 제가 연락할께요... 그럼 관계가 다시 좋아지실테니깐... 신경쓸일이 하나는 주는거죠?"
아프다.... 다가갈수 없는 벽이 나를 막고있어서 남에게 다시 웃으며 다가갈수 없는 내가 싫고 그사람과 만날때마다 내 벽이 더 두꺼워 지니 더 아프다......
"너 정말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 실례했습니"
- 퍽!!!!
이사람 왜이렇게 폭력적으로 변한거야?!
내 뒷통수를 후려갈긴 물건이 두껍디 두꺼운 전공서적 이게 얼마나 무겁고 아픈건지 알고 던진건가요......
"....... 아파...."
"....... 이제 좀 멈췄네"
"강의실 가야해요 얼마나 더 때리실지는 모르겠지만 강의실에 갔을때 다른사람들이 놀라지 않을정도로만 해주세요"
예전과는 다른 내 반응때문인지 그사람은 들고있던 책을 신경질적으로 책상에 집어던졌다.
저런모습을보면 현아의 성질머리가 어디서 온건지 대충 알것 같기도 하고.....
"내가 너무 흥분상태라 막말할지도 모르니깐 있다가 다시 이야기하자"
"전 조교님을 다시 볼 이유가 없어요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학교에 오래 있을 여유또한 없구요..."
"야!!!!! 한승아!!!"
"잊으셨나봐요 제가 당신에게 고백을 했었고 당신은 날 찼다는 사실과.... 내가 그 사실을 극복하기 위해 2년이라는 시간을 그쪽집안과 떨어져서 보냈다는 사실"
큰오빠처럼 냉정하게 흘러나온 내 말에 그 사람은 놀란눈으로 날 쳐다봤다.
이제 딱히 꿀릴 이유가 없다 가족에게 말한다고 해도 우리가족은 헛웃음만 지어보일테고 아파서 집에 들어가도 오빠들이나 언니에게 위로받으면서 마음을 추스릴수도 있고....
"전 2년전처럼 약한 꼬마가 아니니깐 신경 끄셔도 되요. 강의 들어가겠습니다"
자리를 벗어나 과실을 나온순간 문앞에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아버렸다.
약한 꼬마가 아니긴 개뿔....
막말하고 나오는것도 더럽게 용기가 필요한거네...
[오빠 그 사람 우리학과 조교야 전과준비에 필요한 서류좀 알려줘]
주저앉은 상태로 막내오빠에게 카톡을 날렸다.
큰오빠한테 말하면 일이 더 커질수 있으니 가장 기댈수 있는 존재에게 연락하고 일단 다른오빠들에게 걱정을 끼칠수는 없어서 강의는 참석하려고 몸을 움직였다.
이곳저곳 이동하느라 진이 쫙 빠져버린 내가 축 쳐진상태로 걸어가던중 뒤에서 느껴지는 안좋은 느낌......
"아가....... 볼이 왜이래!!"
역시나.... 언니의 등장에 무심코 볼을 가려보려고 했으나 눈치 백단인 언니에게 결국 걸려버렸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언니는 더 다친곳이 없나 이곳저곳 만져보다가 뒷통수에서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내 머리카락을 완전 까뒤집었다.
"언... 언니!!! 아직 추워요!!"
내 항의에도 계속 뒷통수를 쳐다보던 언니는 나를 거의 완력으로 끌고 과실을 향해갔다.
방향을 어느정도 눈치챈 순간부터는 온몸으로 저항해 봤지만 꾸준히 운동한 언니에게서 벗어나긴 역부족...
- 쾅!!!
"송현미가 대체 어떤 녀석이야?!"
과실 문을 부셔져라 발로 차버린 언니는 눈을 부릅뜨고 외쳤고, 갑작스런 습격에 과실에 있던 몇몇 학생들이 놀란눈치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민망해!!!! 이상황 어떻게 해결하려고 언니가 이러고 있는거야...
"병원가서 치료받으면 되니까 일크게 만들지말고 가요!!"
"남의 뒷통수에 구멍내놓고 아무렇지 않다는듯 본인할일 하면 단가? 막말로 다치고나서 응급조치를 했길망정이지 옷이 블랙톤이 아니었으면 당신 바로 신고감이야.. 내 아가가 대체 당신에게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까지 하는건데?! 내 아가의 잘못이 있다면 그건 자신에게.."
"언니!!!!!!!!"
참다참다 결국 터져나온 내 목소리에 언니는 놀란듯 날 쳐다보았고, 그 사람또한 놀란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가요... 제발 나 더이상 이 공간에서 버틸 재간이 없어요....
눈물이 차오른다고 느끼기 시작한 그 순간 언니의 숄이 내 머리위로 덮어졌고,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언니의 손에 이끌려 그 공간을 벗어났다.
"미안해.... 너무 화가나서 아가야가 아픈건 생각못했어"
결혼이후로 친동생처럼 아껴준 언니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에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는 표시를 해보인다.
차에 나를 넣고 의자를 뒤로 완전히 눕혀준 언니는 곧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
차가 출발하면서 밖에서 누군가가 소리지르는게 들였으나 언니가 아무런 말이 없었기에 무시했고 누워서 조금 숙면을 취한뒤 언니가 깨우는 느낌에 눈을 뜨니 난 본가에 와있었다.
"일단 승원씨한테는 이야기 하고 간단히 치료 받고 가는게 좋겠어"
언니 의견에 수긍하고 집에들어가 사정설명을 한 뒤 오빠는 분을 삭히지 못하고 짜증을 내며 날 치료해주면서도 문득문득 살벌한 단어들을 내뱉어댔다.
치료후 날 붙잡고 놓지않던 가족들 덕택에 오랜만에 본가에서 자고 아침에 등교 준비를 하는데 작은오빠가 내방문을 노크도 없이 열고 들어와서는 내 뒷통수를 이리저리 보더니 공중에대고 입에담기 어려운 육두문자를 거침없이 뱉어냈고 곧 옷을 다 갈아입은 나를 거의 강제로 차에 태운뒤 학교로 향했다.
"오빠 그 모습으로 학교들어오려고?!"
시꺼먼 양복에 안에입고있는 셔츠의 단추는 세칸까지 풀고 미간에 주름 빡!! 준 상태로 차에서 내려 내 뒤를 따라오는 작은오빠와 간다 안간다로 계속 투닥거렸으나, 뒷통수에 구멍 또 뚫리면 그 감당 누가할꺼냐며 경호원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나중에는 날 거의 반강제로 과실까지 끌고갔다.
첫강의 전까지밖에 같이 못있어 호위대상이 곧 움직일거라서 대비조로 가둬야해"
걱정쟁이 가족들......
난 한숨을 내쉬며 게시판을 스마트폰으로 찍어댔다.
강의실과 중간 공지사할을 일일이 체크할 시간이 없을테니 일단 사진찍어둬야한다.
사진을 다 찍고나서 오빠를 찾으려는데 옆에 아무도 안서있었다.
설마.........
불길한 느낌에 과실의 문을 연 순간 다른 학생들이 공포에 떠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그 사람과 작은오빠는 살벌한 기세로 서로를 노려보고있었다.
"승혁오빠......"
"음? 다 확인했어?"
"뭔짓을 했길래 학생들이 공포에 떨고있는건데.."
"아무짓도 안했다. 들어와서 조교가 어떻게 생겼나 흥미가 있어서 바라본것 뿐야?"
가만히 보기만 했다면 이정도는 아니었을텐데.....
우리학과 소문 안좋아지겠네 어제는 언니의 폭격과 오늘은 아침부터 오빠의 출현...
"... 만약 우리가족이 한번만 더 여기서 민폐끼친다면 나 학교 자퇴신청서 제출할꺼야.."
"뭐?! 우리가 뭔짓을 했다고?!!!"
"진심이야.. 그리고 오늘이후론 과실에 올 이유도 없으니깐 괜찮아. 거기다가 오빠 호위대상 대기조로 가야한다했잖아?"
말끝나기 무섭게 오빠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조금은 놀란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포켓속에서 카드하나를 꺼내서 건네주었다.
요즘 우리가족 대세인가? 현금대신 카드로 용돈주는거? 내가 얼마를 써댈줄 알고 자꾸 생각없이 주는건지....
"아직 큰형 카드도 안돌려준것 알고있지만 이건 복학선물 대신이니깐 사고싶은거 사"
오빠는 내 대답을 미처 듣지도 않고 과실을 뛰쳐나갔다.
문제는 학생들이 날 이상한 시선들로 쳐다본다는 것과 그 사람의 시선이 어제보다 아프게 나를 찌르고 있다는것 정도?
승혁오빠.... 나중에 본가가면 정말 가만안둘꺼야....
"저희 가족이 물의를 일으킨점 사과드립니다"
일단 고개숙여 사과를 먼저 한 뒤 오빠처럼 빠르게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복학 첫날부터 불안하더니 얼마간은 복잡하겠구나 대학생활.....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한숨을 내쉬며 현재에 집중하기위해 지친몸을 이끌었다.
역시 아직은 대학생활이 몸에 안익어서 힘들다고 느끼면서도 어느정도는 어린 동생들이나 군대갔다온 뒤 복학한 동기나 선배들을 보면 이 생활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이 든다.
단지 그 사람과의 접촉만 줄인다면 나에겐 아프지 않고 슬프지 않은 그런 대학생활이 될거라는 확신을 어느정도 가지게 되었다.
--6--
[언니! 학과장님이 찾으세요 과실로 내려오시래요! ^^]
- 애기과대
정신없는 커리큘럼에 적응을 하고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며 정신없이 달려온 한달이라는 시간…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더 나보다 나이가 어린 과대의 카톡을 보며 아주조금,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인상을 찌푸린다.
일부러 다른 교수님들이 부르시면 교수실로 찾아갔는데 학과장은 한번 그 자리에 앉으면 몇시간을 있는 사람이라 교수실에서 기다리기도 뭐하다.
심지어 약속시간에 늦는걸 극도로 싫어하시는 까탈스럽고 까칠한 여교수…. 일단 몸을 움직인다.
과실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전달사항은 과대와 부과대를 통해, 아니면 동기였던 남자아이에게 부탁해서 전달받고 했었던 그 공간에 들어가야 한다니...
\너무 부담이 되었지만 문앞에 서서 안들어가는것도 다른 사람들 보기엔 조금 그럴테니깐.....
"실례하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문을 연 뒤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현아와 그 사람 그리고 학과장...
현아는 학과장에게 연신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고 학과장은 웃으면서 대답해주고 있는 신기한 광경.
'고등학교때는 전혀 보지 못했던 모습이네.....'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현아가 나를 향해 아는척을 했교, 학과장은 나를보며 반갑다는 듯 미소를 지어보이셨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아 다른건 아니고 이번 MT 같이 못간다고 했다면서?"
제가요? 엠티이야기도 오늘 처음듣는데요?
"승준군이 전화해서 자네가 아직 상처를 치료중 이라서 함께 갈수없다고 내년에 참가시키겠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혹시 어디가 많이 아픈거면 이번년도에 해당되는 행사에서 미리 전부 빼주려고 불렀지"
큰 오빠..... 누굴 병자로 만들어 놓는거냐...
그보다 오빠는 엠티시즌을 어떻게 현역인 나보다 잘아는거지?
"일단 현미양이랑 상의좀해봐 그리고 현아양? 재미있었네"
학과장은 겨우 그 말을 하려고 날 불렀던건지, 정말 그 말만 남기고, 먼저 과실에서 나가버렸다.
그리고 과실에 내려앉은 가슴이 답답한 무거운 공기....
누굴 원망 해야하나.....
겨우 저딴말을 하기위해 나를 불렀고, 내가 불려온 이유가 오빠의 선경지명과 동생에 대한 무한걱정으로 인해 일이 이렇게 커진거니깐 승준오빠를 원망할까 했지만...
애초에 고백은 내가 해버렸으니 내 잘못이지...
"어디 아파?"
어, 너무 아프다 심장도 이 공기도 그리고 한달전에 얻어맞은 내 뒷 통수도.
현아는 대답이 없는 내가 답답했던지 눈앞으로 다가와서는 내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확인했다.
"확실히 살이 너무 빠지긴 했네.... 예전엔 동글동글해서 얼굴이 한손에 안들어왔는데 지금은 한손으로 다 가려지는걸 보니"
"...... 얼굴은 원래 살이 빠지는 곳이니깐"
"개소리하네 니 몸이 고등학교에 비해 반만해졌어, 뭐 이렇게 독하게 살을 뺐으면서 얼굴이 뭐?"
네 성격이 어디가나 했다.
곧 멱살이라도 잡을것처럼 이야기하던 현아는 급작스럽게 날 자신의 품에 안았다.
"언제까지 나를 모른척 할껀데?"
"..뭐?"
"언니와의 관계는 내 알바 아닌데.. 왜 나까지 모른척하고 무시하는건데?! 넌 내가 그렇게 쉬워보였냐? 니가 우리언니 좋아하는건 고등학교때부터 알고있었어, 내가 먼저 말하면 상처받고 도망칠까봐 말을 안했던거지. 뭐.. 결과적으론 상처받고 도망치기는 했지만"
머리가 아찔해지는 통증이었다.
알고있으면서도, 모른척하고 평소처럼 대해줬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워서...
저녀석 성격상 일단 저지르고 볼 녀석이라 알게되면 노발대발하고 다시는 안볼꺼라는 막연한 생각만 했던 나였는데......
"알고 있었으면 너!!!!"
"그보다 먼저 할말 없냐, 너?"
".......... 미안합니다...."
- 꽈악!!!!
"터...터져!!! 터진다고!! 너나 승혁 오빠처럼 강하지 않다고 나는!!!"
현아가 정말 몸이 터질것처럼 꽉 껴안는 바람에 몸이 너무 아파서 항의하듯 이야기하자 현아는 나를 해방시켜주었다....
문제는 그 사람처럼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
풀 분노상태임을 감지한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 경우에는 현아가 보일 행동은 단 하나.
- 퍼억!!!!!!!!
- 쿵!!
한방 얻어맞고 뒤로넘어지면서, 하필 뒤에있던 책장에 그대로 박았다.
크윽!!!!! 내 오른쪽 얼굴... 감각이 마비되는 느낌....
"!!!! 무슨짓이야?!"
"언니가 한짓이 이것보다 더 아플텐데 언니는 닥치고 언니할일이나 하시지"
"이게 요즘 오냐오냐하니까 언니한테 뭐?!"
"언니때문에 내가 평생 기대오고 의지했던 친구가 2년을 내 앞에서 사라졌었어!!! 그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고 아픈데 아프다고 이해해달라고 말할 친구도 없이 혼자 아파했다고!!! 얘 살빠진거 안보이냐?! 이게 빠진거야? 그냥 몸이 줄어든거지!! 예전 내 승아는 이렇게 뼈다귀가 아니었다고!! 저렇게 어색하게 얼빠진듯 웃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같이 웃을만큼 환하게 웃는녀석이었는데!!! 이게 다 당신의 말도안되는 편입견 때문아냐!!!"
저.... 저기....
맞고 차여서 아픈건 난데 왜 때리고 상처 준 둘이 싸우고 있는건가요...?
멍하니 둘의 말싸움을 바라보다가 느낀 입안의 비릿함과 볼에서 느껴지는 통증과는 또 다른 통증....
아….. 이 느낌은 입안이 터졌다는 증거인데.... 현아 이게 힘조절을 어떻게 하고 때린거야....
"야..... 송.현.아"
"왜 이자식...... 피!!!!"
아... 입을 열었더니 피가 흘려내리는게 느껴진다... 입안이 완전 찢어진듯 피가 입꼬리를 타고 주르륵 기분 나쁜 느낌을 동반하며 흘러내린다...
비릿한 쇠맛이 기분이 나쁘기는 하지만, 그렇게 싫지만은 않아서인가 엄지손가락으로 피를 닦아내고 입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으려는 순간....
"이런피는 먹는게 아냐."
어느새 다가와서 내 손목을 잡고 말리는 그 사람....
너무 놀라서 손목을 뿌리쳐 버렸다.
왜... 왜 갑자기 예전처럼 대하려는 건데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숨을 천천히 내뱉는 동안 현아가 어디선가 물티슈를 챙겨와서 입 주변을 닦아주었다.
빨갛게 피가 많이 묻어나오는걸 보니 심각하게 안쪽이 찢어진 듯 한데…
다행이다... 오늘은 운동 안간다고 미리 말해놔서.... 정말 다행이다.....
언니가 이 모습을 봤으면 또 쳐들어온다고 할테니.... 어휴...
현아에게 따지려고 눈을 부릅뜬 그 순간 현아의 입이 먼저 열렸다.
"강의는 다 끝났냐?"
"..... 뭐 오늘 건 그렇지?"
"그럼 이제 가자..."
어딜?
넌 너네 가족을 만나러 왔으면 가족이랑 퇴근해야 하는거 아냐?
"내가 이번에야 말로 니년집을 밝혀낸다!!!!"
"이 미친년이 뭐래..."
"걱정마 저 흙발의 마녀에겐 비밀로 할께~"
나이 먹어서 머리에 구멍이라도 난거냐....
넌 니 언니에게 이긴적이 없는데 뭔 생각으로 그런 막말을....
"니가 정말 개념을 상실하지 않고서야 조교님에게 그런식으로 이야기 하지 않을텐데…."
내 말에 무언가를 생각하던 현아는 나를 바라보며 조금 인상을 찌푸렸다…
또 왜이래?
"너… 지금까지 단 한번도 우리언니이름을 거론하거나 언니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어…"
하아…
말하고 싶지 않고 거론하고 싶지 않아서 계속 피하던 이야기를 왜 저년 입에서 들어야 하는거냐고.
"하긴 가차없이 널 거부한 사람인데 거론하고 싶겠어? 나였다면 얼굴도 안봤을텐데… 하여튼 독한년, 일단 내가 좋은 여자 소개시켜줄께 잊는건 어때? 알아보면 너랑 어울리는 예쁜 아이들 많아~ 내가 좀 발이 넓은 거 잘 알잖냐? 내 평생 절친을 위해 여자하나 못 찾아주겠어?"
이게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거야….
어이가 없어서 현아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더니 긍정의 표시라고 생각했는지 내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사진을 찍어댔다
"내 사진 유포하다 걸리면 이번에는 정말 신고한다. 너 때문에 고등학교 때 개인신상정보의 중요성을 충분히 경험했었으니깐 이번엔 꿈도 꾸지마..."
"쳇....."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현아와 이야기하면서 느낀점이라고는, 우리는 정말 절친이라는것과 둘다 그렇게 좋은성격은 아니라는것....
"나중에 집에 초대할테니 오늘은 넘어가라"
"갈꺼야! 내가 가도 별 상관없잖아? 어차피 언니랑 사귀는건 포기한거 같고, 언니와의 관계를 포기한다고 나까지 포기하는건 아니잖아?"
그 사람에 대한 포기는 6년전부터 꾸준히 했었으니 틀린말은 아니지만.....
무언가 새삼스럽게 그 단어를 내가 아닌 타인에게서 들으니 심장이 다시 덜컥하고 떨어져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 응 어차피 처음부터 내 욕심이었으니까, 포기는 금방 할 수 있었어"
"그럼 하나만 물어보자"
".. 니네 언... 조교님을 완전히 포기할수 있는거냐고 말하려는 거라면 걱정 마 시간이 모든걸 해결해 줄테니깐, 시간 더 걸리면 지금보다 더 나아지겠지"
"뭔 개소리야.. 언니를 마음에 두고 있어도 상관없고, 누군가 니가 없으면 안될 것 같다하면 사귈 의향이 있냐고"
고민 좀 해봐야하는 주제인데 그건....
그보다 이딴 건 갑자기 왜 물어보는거야
"너 갑자기 무슨 생각으로 이걸 물어보는건데?"
"니가 없으면 안된다는 사람을 좀 알고있어서 말야...."
세상 참 이상해 나를 좋아한다는 사람도 있고...
근데 아직 마음속에서 한 사람을 비우기가 힘들어서 안될 것 같아
"아직은 무리인 것 같은 얼굴이구만.. 불쌍한것"
"내가 왜 불쌍한지는 모르겠다만, 쓸데없는 이야기 계속 할거면 학과 조교님이랑 마저 하고 난 쉬러 가야겠다"
"뭔소리야 나 니네집 데려가라고!"
"우리집 알잖아?!!!"
"그건 오빠들이랑 다 같이사는 집이고, 너 독립한것도 다 들었어!"
인맥이 넓어서 소식 들어가는 게 확실히 다르네.. 무서운 것.
"그리고 오늘보니깐 우리언니랑 사이가 나빠진거지, 나랑은 아니잖아? 그러니깐 나는 너네집에 가도 됨"
이게 정말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말도안되는 이론을 가지고 나한테 들이대는거야 뭔가에 쫓기듯 이렇게 덤벼대는 애가 아니었는데…
"너…. 무슨꿍꿍이냐"
"이년이 뭐래?"
"이렇게 막 들이대는 애가 아니었으니까 물어보는거 아냐"
시간이 조금 지났다고 니가 급격하게 변할 아이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협박이라도 받고있는건가 싶었지만, 협박을 할 년이지 당할년은 아니고…
조금 떨어져있었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수가 없으니 머리가 복잡해지네…
"모든걸 털어놓으면 데려가줄 테니 뱉어"
"….. 화 안낸다고 약속도 해"
"…. 니년이 날 팔아넘기는게 아니면 용서가능하지 뭐"
…… 갑자기 침묵이 내려온 과실…
니가 날 팔아먹으려고 했던거냐?!
"언니가 알아보랬던거야!"
"야 송현아!!!!"
그 사람의 노성에 나는 굳었고 현아는 짜증난다는 얼굴로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내 뒤에 숨어서 그렇게 노려본다고 무언가 달라질일은 없어, 오히려 약해보이니 나와.
"그렇게 안 알아보셔도 곧 예전처럼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할꺼에요. 지금 이 불편한 공기가 싫으신거죠? 막말로 새로운 사람을 좋아하게 되거나 사귀게 되면 자연스럽게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테니 너무 걱정 마시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런게 아니고….."
"저 싫다는 사람한테 억지로 다가가는 무식쟁이도 아니고, 또 다시 상처받을 생각은 없어요. 조금 이해해주세요"
어차피 싫은 사람한테 억지로 다가오지 않는건 피차 마찬가지니깐 강요하지 않을것이고 강요받지도 않을 테니 조금은 떨어져서 지내다보면 나도 원래대로 돌아올테고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 사람을 바라보자 어딘가 불만인 얼굴로 인상을 쓰고 있었다.
"… 그것마저도 싫으시다면"
"그게 아냐!!"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그 사람을 쳐다본다.
저렇게 신경질적일 모습은 원하는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는 증거로, 매우 성격이 더러워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서 조금은 뒤로 물러섰다..
"내가 언제 싫다고 했어?"
예?
하지만 그날 정말 더러운걸 보는 얼굴로…
"니가 멋대로 고백하고 니가 멋대로 피해다니는 거잖아? 대답을 듣고 싶다고 단 한마디라도 해봤어? 도망치기 바빠서 남은 사람들의 마음 따위 생각이나 해봤냐고!"
머리가 혼란스러워 져서 다리에 힘이 풀리는 바람에 아주 조금 휘청, 뒤에 숨어있던 현아가 놀란 듯 허리를 꽉 안아서 지지해준 덕에 , 쓰러지는 불상사는 피했다.
생각지도 못한, 심지어는 상상하지도 않았던 이야기에 머리가 어질어질….
이건 꿈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려 했지만 아까 현아에게 얻어맞은 곳이 아직 욱신거리는걸 보면 꿈은 아니고.....
"..... 몰래카메라?"
너무 친했으니깐 예전처럼 돌아가자고 손 내밀기위해 저렇게 말하시는건가?
".... 내 성격에 그런게 가당키나 하다고 보니?"
"그러니까요.. 성격을 너무 잘 알고있으니깐 절대 일어나지 않을 지금 상황이 말도 안된다고...."
내 말에 한걸음 다가오는 그 사람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현아가 날 품은상태로 단 한걸음도 움직이지 않았기에....
뒤로 물러나는게 원천차단..... 이렇게 되면 방법은....
"도망치려고 해도 이 좁은공간은 다시 잡힐거라는걸 너라면 나보다 훨씬 잘 알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이 상황이 너무 싫어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칠까 생각도 해봤으나, 난 현실적이다,
현아를 힘으로 이길 수 없는 건 어릴때부터 잘 알고 있던 사실이고, 어차피 그 사람의 거절은 확실하게 들어둬야 나도 한번 더 아프고 잊기위한 준비를 할수 있을테니깐…
"이거 놔라….."
"놓치면 너도 나도 나중에 피곤해진다."
"도망갈 생각 없으니깐, 일단 놔.. 니가 잊었나본데 여긴 우리학교고 지금 우리 학과실에서 무지 민폐짓 하고 있는거야"
나의 말에 현아는 날 놓아주었고, 꽉 잡혀있었는지 몸이 아직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조금은 스트레칭을 하고 그 사람이 일을 마무리하는걸 지켜보았다.
"일단 이 거북한 공기가 싫으니깐, 카페에서 음료 좀 마시고 있을께요, 일 마무리 되시면 현아에게 연락주세요"
뭐라고 말을 하려던 그 사람을 뒤로 하고 현아를 붙잡은 뒤 그 자리를 벗어났다.
--7--
"아… 이제 좀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네…."
나의 중얼거림에 현아는 한숨을 내쉬면서 나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달래주고 싶다면 나를 그냥 보내줘!! 라고 하고 싶지만 현아는 그 사람의 말을 생긴것과는 다르게 너무도 잘 듣던 아이….
카페에 도착해서 힘들때마다 마셨던 아이스초코를 세잔 주문하고 한잔은 현아 앞에 한잔은 내가 나머지 한잔은 나중에 건물에서 나올 그 사람을 위해 미리 준비한다.
"꼼꼼한 상담사 성격은 어디 안가는구만… 우리것만 시켜도 되는데 언니것까지 시키냐?"
"……. 내 성격이니깐"
입안에 달달한 초코의 향이 퍼지면서 조금은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그렇게 아프지만은 않다고 느꼈다.
"예상외로 담담하게 기다린다?"
"6년넘게 상상했던 아픔인데, 이제와서 현실로 다가온다고 해서 아픔이 달라지는것도 아니고, 헤어져있었던 2년의 시간동안 조금은 강해질수 있었어."
알수 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현아는 얼마지나지 않아 울리는 핸드폰의 진동을 느끼고 자기의 잔을 들고 자리를 일어섰다.
그 사람의 아이스초코를 안들고 가나? 현아를 한번 쳐다보았지만 그냥 카페를 나서는 현아를 원망하며, 가방을 등에 메고, 내 잔과 그 사람에게 건네줄 음료를 들고 뒤이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승아가 언니 음료 미리 사놨어, 받아"
고맙다며 받아가려는 그 사람의 손을 무의식중에 한번 피했다.
나도 모르게 닿는걸 겁을 내는것인가… 그 사람의 손을 피하고 나서 우리들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안줄꺼야?"
그 사람의 말에 컵을 현아에게 억지로 건네주고 그 뒤가 어떻게 되든 생각하지 않으려, 택시를 잡기위해 움직였다.
일단 교문 앞으로 나가면 택시를 잡기 쉬우니깐, 말없이 이동하는 내 뒤로 따갑게 느껴지는 두개의 시선…..
아…. 정말 오늘 내 일진 안좋네…
택시를 잡은 뒤, 독립한 집으로 이동하고 집 안으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일단 쇼파에 안내하고, 가방과 자켓을 안에다 내려놓은 뒤….
얼마전 새언니가 새로 사다준 과자를 내다 주었다.
"오~ 역시 깨끗하네? 승원오빠가 가끔와서 청소해주는거야?"
"승원오빠 말고 혜원언니가 가끔 청소해주고 자고가"
"뭐야, 벌써 사귀는 사람이 있는거야? 가끔와서 청소해주고 자고가는 관계면……"
현아의 말에 대답도 하기 싫어서 귀찮다는 얼굴로 그 아이를 지켜보았더니
현아의 옆에있던 그 사람의 눈매가 점점 날카로워짐을 느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저 날카로운 눈매가 마음이 쓰이는 걸까? 어릴때부터 자주 보던 눈이었는데…. 오늘은 대놓고 차일생각을 해서인지 더 마음이 쓰인다…..
"저녁 뭐 먹을래? 오늘은 이 언니가 살께"
"…… 나 저녁에 친구들이랑 술마시러 가기로 했어."
"!!!! 그 약속 저도 잡혀있는거 같아요, 그러니 하실 말씀 빨리 하시고 집에 가셔서 식사하시는게"
"저년은 2년간 도망친 벌로 초대 안했으니깐 둘이 맛난거 먹어, 오늘 술마시고 밤늦게 찾아올수 있으니 문전박대 하지 말고~ 나 먼저 일어난다!"
야!!!!!!!
현아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자리에서 재빠르게 일어나 현아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으나 현아는 애써 뻗은 내 손을 능숙하게 피하고 재빠르게 집에서 빠져나갔다.
오늘 하루 참 자주 찾아오는 무거운 침묵과 심장에 느껴지는 아찔한 통증….
기절하듯 자고 일어나고 싶지 않다…
어차피 나를 기다리는 결과는 단지 하나일 뿐인데….
"뭐 먹고싶은거라도 있어? 좋아하는 치킨이라도 사줄까?"
"괜히 돈 쓰지 마세요, 밥이랑 반찬 있으니까, 집에서 밥 먹어요 해드릴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세요"
당신을 위해서 이렇게 양보하는게 아니에요, 내가 편해지기 위해서 부엌으로 들어가려는 몸부림이니까….
그 사람의 대답도 듣지 않고 내가 먹고싶어서 몇일전 혜원언니에게 부탁했던 수제 돈가스를 꺼냈다. 맛있다고 소문난 가게에서 직접 언니가 사다준거니깐, 맛 하나는 보증할 수 있겠네…
반찬이 뭐가 있는지 미리 확인해 보고 밥의 양도 같이 확인한 뒤 돈가스를 튀기기 위해 준비를 하는 동안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 하나…..
"학교에 있느라 시간도 많이 뻈겼을텐데 용케 반찬같은건 사다놨네?'
애써 부엌으로 피한 의미도 없이…. 뒤에 앉아있는건가요….
그 사람의 질문에 억지로 입을 열었다.
"혜원언니한테 몇일전에 부탁했던거에요, 맛있다고 이곳저곳 찾아보고 사다준거라서 언제먹을까 기다리고 있었는데 손님을 위해 대접하게 되네요…"
비록 내가 원하지 않은 방문 손님이지만 말이죠…
입밖으로 내뱉지 못한 말을 입안으로 삼키며 앞에서 튀겨지고 있는 돈가스에 집중한다.
혜원언니에게 꽤나 잔소리르 들어가며 배운 돈가스 만드는 법, 눈을 떼면 금방 타버리는 아이어서 초반에는 엄청 태워먹었던 기어이 있다.
"승아야"
-흡칫!
뒤에서 어릴때처럼 부드럽게 나를 부르는 그 사람의 목소리에 몸이 튀어올랐다.
절대로 듣고 싶지 않았던 다정한 목소리……
마치 다시 동생으로 돌아오라고 말할것만 같아서 그 다정한 목소리에 대답하지 않고 그냥 앞만 바라보았다.
돈가스의 기름이 튀는 '타탁'소리만 가득한 공간이….
나의 안정을 위해 가족들을 그렇게 들들 볶았던 이 집이… 이 공간이 이렇게 불편한 곳이었나….
"대답… 안할꺼야?"
6년을 마음 아파했다… 더 많은 기간을 아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차피 한번 겪어야 하는 이야기….. 그리고 한번은 정확하게 들어야하는 거절….
"돈가스가 탈수 있어요, 하고싶으신 말은 식사 하시고 해주세요…"
내가 쓰러져서 펑펑 울어버리려면 일단 뭐라도 먹어둬야….
예전처럼 아무것도 안먹고 미친듯이 울어버린 뒤 쓰러져버리면 영양실조로 또 오빠들에게 얻어맞을수도 있다.
시간은 흐른다.
언제고 시간은 흘려간다, 내가 아무리 붙잡으려고 애를쓰고 무리를 해도, 지나가는 시간을 멈출수는 없고 다시 되돌릴수도 없으며 붙잡을수도 없는 것….
"잘 먹겠습니다!"
앞에 놓여진 밥과 반찬들을 보며 웃는 그 사람의 미소에 심장한켠이 또다시 저릿하게 아파왔다.
과연 내가 만들은 반찬들이 내 입안으로 들어가서 소화는 될까 하는 걱정도 있지만…. 일단은 먹어두자는 생각에 밥을 열심히 입안으로 집어넣으며 우리들의 식사는 시작되었다.
--8--
무거운 침묵속에서 밥을 모두 먹은 우리는 자연스럽게 거실 쇼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3인용의 쇼파에는 그 사람이 그 쇼파의 옆에 혼자 자리를 잡고 있는 1인용의 쇼파에는 내가. 각자의 앞에는 아이스초코 두잔, 손대지 않아서 그대로 남아있는 컵 하나와, 반 이상 줄어있는 컵 하나.
"내가 말하기 전에 하나만 물어봐도 괜찮아?"
"대답할수 있는 범위내에서 질문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혜원언니는 누구야?"
저희 새언니요. 라고 말해야 하는데 입밖으로 그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
미묘하게 날카로운 그 사람의 말투 떄문일까? 무언가 꺼림찍한 느낌에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고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머리를 굴려야 했다.
"……. 질문을 바꿔야 하나? 무슨 관계야?"
"아…. 가족이요"
"승준오빠의….?"
역시 똑똑한 그 사람은 단어 하나에 새언니의 존재를 알아버렸고, 왜인지 아까보다는 조금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에게 달래듯 큰오빠의 이름을 거론했다.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아, 고개만 끄덕임으로 긍정을 표시한 나를 웃으며 바라보는 그 사람.
어릴 때 나와 현아가 가끔 한번씩 말도안되는 이유로 싸웠을 때…. 나와 현아를 달래기 위해 보여주던 표정이다.
"제가!!!! 제가 먼저 말해도 될까요?"
"응?"
당신이 나를 거부하기 전에 확실히 말해두자…..
장난이었다고, 잊어버려달라고, 예전처럼 언니동생으로 지낼수 있을거라고….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멋진 선배이자 친구의 언니일 뿐이라고… 고백은 없었던 일로 하자고… 거절의 말을 들어서 내가 상처받기전에…..
"저기, 2년전에 있었던 일은 그냥… 저기 그냥 잊어주세요, 한 학기쯤 지나면 다시 예전처럼 언니 동생으로 지낼 수 있어요. 정말이에요, 노력할꺼니까 아무말도 하지 말아주세요… 나 한승아에요, 당신 말 잘 듣고,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많이 건네주던 한승아, 상처주는거 남에게 고민거리 던져주는거 내 성미에 맞지 않아요… 사실 나 그날 상처받은것도 아니었고, 갑자기 너무 많은 지식들을 머리속에 받아들여서 학교를 쉬고 돈을 좀 벌려고 했던 것 뿐이에요, 그냥 언니 동생으로 지내는걸 원하시는 거잖아요? 그쵸? 저 잘할 수 있어요. 언니 동생으로 지내는거 어렵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러니깐….. 제발 돌아가 주세요…….."
아….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그 사람의 얼굴을 더 이상 볼 자신이 없어서 쏟아내듯 말을 끄집어 내고 진심을 자연스럽게 숨기고 고개를 숙여버렸다.
사실은 당신을 너무도 좋아하고 사랑해서 아직도 좋아하고 있지만, 당신과 이렇게 어색한 관계는 나를 그리고 내 가족들을 마지막으로 당신을 미치게 해버릴테니깐…..
내 심장의 통증만 견디고 모른척 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한 한기만…. 단 한 학기만 나에게 시간을 주면….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대로 예전의 한승아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싫어"
단호한 목소리가 귀를 타고 들어와서 머리를 휘저어놓고, 심장을 간단히 파괴할듯이 이리저리 튀어다니며 상처를 만들어 낸다.
너무 아프다….. 언니 동생마저 거절당하면…… 학교를 그만두는 방법 외에는…
"내가 왜 한 학기나 양보해야 하는건데?"
옆에서 들려와야 할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일부러 그 사람과 멀리 앉아있었는데 어째서 내 머리위에서 들려오는건가 하는 의문도 잠시 그 사람의 얇은 손이 내 턱을 붙잡고 고개를 위로 들어버렸다.
"저기… 그럼 한달만이라도… 계속 이래저래 못 봤으니 당연히 어색하잖아요? 한달이면 다시 돌아갈수…."
"그 제안도 거절"
…….. 그럼 어떻게 할까요, 당장 내일부터 언니동생인척 하라고 한다면… 해낼수 있을지 아직 자신이 없는데
눈가에 습기가 차오르는걸 느끼지만 참았다.
이런 모습을 그 사람에게 보일수는 없다는 일념하에 참아냈다. 억지로 눈물을 참아내기 위해 무의식중으로 입안에 힘을 줘서일까, 아까 현아에게 맞았던 상처가 새삼 더 아파왔다.
하지만 입안의 상처보다 더 아픈건 그 사람의 거절의 말들……
싫다. 거절…. 그 단어들이 고백했던 그 날의 그 표정들을 다시 떠오르게 해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2년이나 도망쳤잖아? 남한테 상처주고 2년이나 도망쳤잖아, 그리고 다시 한달 또 필사적으로 행동했고"
"당신에게 상처 줄 생각은 정말 전혀 없었어요! 이건 정말 믿으셔도 되요! 그냥… 그냥 그날 술에 너무 취해서, ….."
"입 다물고 언니 이야기 끝까지 들어"
다시 입을 열어 반박하려는 나를… 내 턱을 잡고있던 그 사람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말을 하지말라는 무언의 신호…. 반박하려다가 입을 다물고 그 사람을 똑바로 쳐다볼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피부로 느꼈다…
더 이상 이 상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걸…
"2년, 그중의 1년은 너를 원망하고 욕하느라 보냈어. 앞날이 너무도 창창한 우리들인데 너의 그 고백으로 모든게 뒤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니가 휴학했다는 소식이 그때는 너무 반가웠어. 니가 먼저 피해줘서 내가 조금 편할 수 있었으니까. 동생에게 욕을 먹으면서도 한편으로 니가 계속 나타나지 않기를 바랬어…"
그렇게 말하고 말을 잠시 멈춘 그 사람…..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이 부드러움에서 매섭게 바뀌었다.
"너를 찾아내고 일년, 혼란스러워 미칠 것 같았어. 아파 보이는 모습 씁쓸하게 웃는 모습, 내가 정말 잘못했나 하는 걱정에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날 너는 웨딩드레스를 맞추러 간다고 했었어…. 미칠 것 같았어. 나에게 고백했던 아이가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려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갑자기 머리가 정말 터질 것 같았거든, 그리고 얼마 뒤에 만난 너는 예전과 다르게 승혁오빠처럼 냉정하게 판단하고 냉정하게 말하고 있었어, 너는 잊어버리라고 기억도 하지말라고 그딴 말이나 나에게 했지… 그리고 또 다시 현아와의 관계도 서먹해지고 나는 또다시 동생의 나쁜년을 보는듯한 눈빛과 정리되지 않은 머릿속을 정리하느라 정말 미쳐버림의 절정에 서있었어….."
말이 다 끝나면 한대 맞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한마디의 반박도 하지 못한채 나에게 조근조근 이야기 하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으려니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 너는 또 다시 나를 보고 아픈눈을 하고 있었어. 상처받아서 아파 죽을 것 같은 얼굴로 나를 쳐다봤어… 어딘가 아팠던건지 너도 모르게 입밖으로 신음소리 까지 내면서도 나에게서 도망가려고 했지… 괜히 열받아서 따지듯이 말해보고 화를 내고 때려도 봤지만 넌 냉정하게 잊으라고 너는 꼬마가 아니라는 말이나 하고….. 그날 처음보는 여자가 너의 손을 억지로 잡고 들어와서 이야기 하는데 짜증이 나는게 느껴졌어, 그게 처음엔 과실에서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에 대한 짜증인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그 뒤 한달 필사적으로 피하고 도망치는 너를 보면서 내가 너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줬는지, 그리고 니가 도망치는 그 뒷모습이 얼마나 아픈지, 새삼 느꼈어...."
점점 이해할수 없는 말들이 머릿속을 지배하는 것 같아서 고민을 해야했다.
난 원래 당신이나 승준오빠처럼 머리가 좋은 스타일이 아니라 죽을둥살둥 공부해야하는 노력파에요..
"접점이 있어야 말을 할텐데…. 전혀 접점도 만들지 않고, 고백은 자꾸 없었던 일로 하라고 하고, 그런 주제에 다른 사람들과는 살갑게 잘 놀고 이야기하고 심지어 과실로 오지 않기 위해 교수실 앞에서 기다리고, 다른 동기들의 애교섞인 장난과 수위높은 장난도 웃으며 받아들이는 널 보는 내 기분을 너 같은 바보가 알아?!"
"당연히 난 당신에게 차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했었다고요! 당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아닌데 내가 남과 수위높은 장난을 하던 살갑게 대하던 무슨…"
"그 입 닥치라고!!!!!!!!"
나 같은 바보는 몰라요, 내 감정 하나로도 벅찬데 남이 무슨 장난을 하는지 당신이 어떤 생각과 기분을 가지고 있는지.
도망치기 바빠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는 나를 어떻게 하라는 거에요….
"이 말도 안되는 기분과 감정에 대해 물어보겠어. 한 사람을 매일 보고싶고,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고,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웃어주는게 싫고, 나 혼자만 보고싶고 내 옆에만 두고싶은 감정을 뭐라고 하는건데?"
"외로워서 생기는 착각입니다."
나와 같은 감정을 당신이 갖을일은 없다.
그러니 단순 인긴인이 자신의 1번팬이 도망쳤을 때 느껴지는 외로움으로 인한 착각일 뿐.
"만약 착각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러면 남자친구를 만들어 결혼하기를 추천합니다. 당신처럼 인기 많은 사람은 독점할 자격이 있으니까요 그렇게 되면 현아도 저도 조금은 편해질 수 있죠"
순간적으로 이를 악 무는 그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 한대 얻어맞겠다.
"이 멍청아!!!!!"
노성이라고 할까 그녀의 외침에 이를 악물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사람의 매서운 손이 내 얼굴을 강타할것이라 예상했지만 예상은 멋지게 빗나갔다.
-chu!
짧은 순간 입술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 이 말도 안되는 일이 전부 꿈 이길 바라며 한동안 눈을 뜨지 않고 기다렸다.
절대로 그럴리가 없어. 오늘 하루종일 무슨 몰래카메라에 시달리는게 분명할거야, 이제 눈을 뜨면 모든 일이 없었던걸로 하고 그 사람이 눈앞에서 사라지거나 현아가 나타나서 장난이었다고 할테지…..
눈을 뜨고 앞을 본 순간 말 문이 막혔다.
어딘가 뿌듯한 얼굴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는 그 사람.
과제를 빨리 끝내거나 학생회장으로써 학교를 위해 좋은 일을 모두 마무리 했을 때의 그 얼굴.
"꿈은 아니니깐, 몰래카메라겠네요, 현아야 나와! 오늘 하루만큼은 네년의 장난도 이해해줄 테니…. 나와!!!! 송현아!!!!! 나오라고!!!!!!!!!"
제발 나와!!! 이 말도 안되는 일이 꿈이 아니고 그냥 장난이라고, 너네 집안에서 꾸민 그냥 일반적인 장난이었다고 말하란 말야!!!!!
"정신차려 한승아 현실이야. 장난도 뭐도 아닌 그냥 진실이라고!"
"그럴… 그럴리 없어요. 당신 분명 2년전에 날 더러운걸 보는 눈으로…. 그런 사람의 사상이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걸 난 잘 알아요, 이건 진실의 가능성이 매우 낮…."
다시 한번 나를 덥쳐오는 입술을 피하려고 몸을 비틀어 봤으나 무섭게 다가오는 그 사람을 막을 방법은 따로 없었다.
입안을 파고들어오는 부드러운 감각에 머리가 저릿해지는것도 잠시 현아로 인해 다친 상처를 혀로 쓰다듬는 느낌에 몸부림을 쳐야했다.
"아… 아파!!!"
"확실히 상처가 심하네… 지금도 비릿하게 피 맛이 나는걸 봐선"
"그런 현실적인 맒을 하기 전에 제 머릿속을 정리할 시간을 좀 주시겠어요"
"아직도 그런 쓸모없는 시간이 필요해?"
"저에겐 쓸모있는 시간이니까 필요합니다. 일단 이 손부터 좀 놔 주시겠습니까?"
나의 요청에 웃으며 고개를 저어버리는 그 사람의 모습이 너무 얄미워서 내 턱을 잡고있는 손을 치워버리기 위해 손을 올린 순간, 손을 잡혀버렸다.
"더 이상 도망가는꼴은 못봐."
"그러니깐 생각할 시간을 좀 주시는게!!"
"생각할 필요가 뭐가 있어! 내가 네 고백에 대한 대답을 지금 내놨잖아! 그럼 생각은 없이 바로 수긍하면 되잖아?!"
대답을 내놓기보단 그냥 말로써 괴롭힌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너 한승아가 나 송현미를 좋아한다며"
"예… 2년전에 그렇게 말했었죠."
"그럼 지금은?"
"이제 잊어가려고 노력중이니까요, 언니 동생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진심을 내뱉어"
부정하고 또 부정해서 심장에 꼽히는 칼날들을 전부 받아들이길 2년, 이 말도 안되는 사실이 현실일수 없다고 부정하고 또 부정해도….
내 멍청한 머리로 아무리 부정할 것들을 찾아봐도……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 나의 고백에 대한 대답을 긍정으로 했다는 것 외에는 다른 답이 나오지 않는다.
"….. 나.. 한승아는….. 송현미를……."
애써 참았던 눈물이 다시 차오른다. 이건 말도 안된다고 내 2년간의 고생은 뭐가되냐고, 6년동안 포기를 연습하고 혼자만의 상처를 안아왔는데… 이 행복한 현실이 만약 내 스스로의 끔이라면, 깨어난 뒤 다가올 상실감은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거지?
"…. 한… 승아는… 송… 현미…를……"
-주르륵
결국 참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턱선을 타고 내려와 목으로 들어들어간다.
눈앞에 서있는 사람의 모습이 흐릿해 보이고 입밖으로 오열이 새어나오지만, 애써 누르고 또 누르는 내 모습이 너무도 한심하다.
"한승아는 송현미를?"
"….. 좋아… 합니다…. 미… 미안해요…"
눈물이 주체없이 흘러내리고 결국 입밖으로 오열이 새어나오면서 난 끊임없이 사과를 했다.
당신을 사랑해서 미안하고, 이 말도 안되는 관계를 끝내지 않고 질질 끌어서 미안하고, 동생과 싸우게 만들어서 미안하고, 걱정끼쳐서 미안하고 모든게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끊임없이 터지는 미안함과 죄송함에 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늦게 받아줘서 미안…. 2년간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 그 날 그렇게 바라봐서 상처준것도 미안"
턱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쇼파에 앉아있는 나와 시야를 맞춘 뒤, 그 사람은 날 꼭 안아주었다.
어릴 때 느꼈던 따스함이, 2년간 마음을 다잡기 위해 포기했던 이 따스함…. 그리고 평생 다시 느낄수 없을꺼라 느꼈던 이 따스함이 정말 돌아왔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더 울보로 만들었다.
어느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아마 한시간 정도는 펑펑 울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았고, 울음을 그친 나를 품에서 살며시 밀어낸 뒤 3인용 쇼파에 나를 끌고 가서 나의 자리를 잡아준 뒤 옆자리에 딱 붙어 앉은 그 사람….
"좀 진정이 된거야?"
"….. 네…"
"그럼 너에게 하고 싶은말을 해도 괜찮을까?"
갑자기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이게 다 꿈이라고 말한다면? 지금까지 장난이었다고 말한다면?
난…. 난 어떻게 해야…
"난 이기적이고 내숭도 잘 떨고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척 하지만 사실은 나를 위해 움직이고, 욕심도 많아."
그 사실은 어릴때부터 익히 알고 있어서….
"하지만 가장 많은건 질투랑 집착인거 같아. 니가 다른 사람들과 수위높은 장난은 물론이고 지금 2학년 과대와 함께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것 조차 거슬려… 그러니깐 하지말아줄래? 다른 사람들에게는 상담사 승아로만, 내 앞에선 나만의 승아로 예전처럼 예쁘게 웃고 있어줘."
이런 고백을 받아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해서…
난 그냥 혼자 살다가 혼자 죽을거라고만 생각해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 사람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기를 몇초? 혹은 몇분…
그 사람은 쑥쓰러웠는지 붉어진 볼을 긁으며 나를 품으로 끌어당겨서 꼭 안아주었다.
"앞으로 한승아는 누구에게도 넘기지 않아. 내 옆에 있어. 어디도 가지 말고 늘 내 옆에 니가 좋아하는 만큼 나도 널 좋아할테니깐, 어디도 가지마"
"……. 네"
--9--
그 날 이후로….
현미언니는 승혁오빠에게 멱살도 잡혔고 혜원언니와 크게 싸우기도 했고 승원오빠에게는 뺨도 맞았습니다. 물론 순식간에 뺨맞은건 돌려준 그녀지만… 일단 승원오빠가 누군가를 때리는건 또 처음봤네요.
승준오빠는 저를 안고 아주 조금 눈물을 흘렸습니다.
걱정반 안심반 이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 현미언니는 방에서 나온순간 다리의 힘이 풀려 저에게 쓰러지듯 안겼습니다.
언니오빠보다 훨씬 무서웠다고 하네요…
아버지는 처음에 승원오빠에 이어 우리 막내딸이냐며 한숨을 내쉬셨지만, 현미언니를 익히 잘 알고 있어서인지 안심하고 잘 부탁한다고 하셨고, 엄마는 더 이상 아프게만 하지 말아달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현아와 저는 예전처럼 서로에게 장난치고 욕도 하면서 절친으로 돌아갔습니다.
가끔 널 이제 뭐라고 불러야 하냐며 서로 장난도 치지만 현아는 언제까지고 제 절친일 것 같습니다.
학교에선 예전처럼 상담사로 이곳저곳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람들을 돕고 있습니다.
물론 현미언니의 허락하에 움직이는 거지만 아무도 그 사실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어린과대는 과실에 자주 둘어가게 된 저를 보며 매우 반가워 하며 과실에서 새삼 다시 볼때마다 저에게 달려들고는 합니다.
물론 어쩔수 없이 품에 안고 토닥이며 언니동생 처럼 지내고는 하지만 과대가 나가고 현미언니에게 꼬집히는 것 만큼은 아프네요.
현미언니는 현재 일주일에 반은 저희집에서 생활중입니다.
매우 오래된 인연이지만 연인으로써의 느낌은 새삼 다른 것 같습니다.
꼬박꼬박 먹는걸 좋아하는 언니 덕분에 아주 조금 살이 붙었습니다.
얼마전부터 무슨 이상한 영화를 보거나 책을 보고, 승원오빠의 애인을 만나서 이것저것 물어보는걸 보니… 아직까지 평범한 밤놀이로도 충분히 행복한 저로썬 다가올 미래가 조금 두려울 뿐입니다.
승준오빠는 이제 어느덧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중요한 프로젝트도 많이 성공해서 기업인으로 존경받을만한 젊은이로 조금 얼굴을 날렸습니다.
승혁오빠는 높으신 분과 일하기가 지쳤는지 일을 그만두고 회사를 차렸습니다.
오빠와 같이 일하던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좋은 분위기로 일하고 있습니다.
예상외로 현아가 오빠의 아래에서 여성경호원으로써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승원오빠는 작품이 조금 유명해 지면서 개인전도 열었고, 팬들도 엄청 생겼습니다.
이제 슬슬 작품세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물론 승원오빠의 애인과도 멋진 사랑하고 있습니다.
현아는 학교 과를 경호과로 전과, 오빠에게 실전연수도 받고 학교 수업도 들으며 멋진 경호원이 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성질머리는 어디 안가서 오빠와 많이 싸우기는 하지만 할 땐 하는 아이라 오빠가 칭찬하는 것을 많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은 몇일 전에 있던 결혼기념일에 우리들의 선물로 여행을 가셨습니다.
한달간은 회사가 비워질기에 저와 혜원언니도 긴급사원으로 일을 돕고 있습니다. 여전히 사회생활은 힘드네요.
혜원언니는 지금 2세계획을 가지고 차분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누굴 닮았으면 좋겠냐는 말에 얼굴은 혜원언니를 성격이나 머리는 오빠를 닮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자기는 멍처하지 않다며 화를 냈습니다. 큰오빠가 좀 똑똑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거여서 곧 풀리기는 했습니다.
전 살이 조금 찌고 예전처럼 밝게 웃을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릴 때 모습이 남아있는게 없다며 잡히지 않는 뱃살을 잡으려 하는 현미언니를 웃으며 바라볼수 있을 정도로 전 많이 성장했습니다.
사귄지 좀 오랜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자고 일어나서 옆에 현미언니가 없으면 문득 미칠듯이 두려워 집니다, 하지만 만날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인지 시간은 걸리지만 긴장을 풀고 다시 잠들수 있는 날이 더욱 더 늘었습니다.
이젠 많이 아프지도 않고 아픔대신 심장에 행복이 충전되고 있습니다.
6년간의 포기를 메꿔주는 것 처럼, 현미언니의 정성으로 인해 점점 행복으로 가득차고 있습니다.
난 지금 그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뭐해? 안자??"
"응…. 지금 자려고 언니"
"승아야……"
"응 언니?"
"너 혜원씨에게도 언니라고 하잖아?"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입지 않은채로 지쳐있는 나를 품에 안고 등을 쓰다듬어 주던 현미언니는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내 얼굴을 언니를 향해 들었다.
"내가 혜원씨랑 같은 레벨인건 조금 싫고, 연인이 된지도 좀 된 것 같은데, 이젠……"
"…….. 언니?"
"…. 멍청아!!!"
"히약!!!!! 꼬집지 말아요!!! 아악!! 그렇다고 쇄골을 물어뜯는것도 안되!! 아파!!"
이유를 알수 없이 날 꼬집고 내 몸을 눞히고 쇄골을 미친듯이 깨물던 현미언니는 잠시 멈칫, 아래서 날 올려다보는 구조로 바뀌어서 인지 괜시리 귀여워 보인다.
-츄읍 츄~ 츄읍
"언.. 언니! 키스마크 남기면 아앙!!!!"
오른쪽 목에 뚜렷하게 잡힌 것 같은 키스마크…
내일 목도리를 두르고 다녀야 할 것 같잖아,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왜 갑자기 이러는 줄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어서 만족한 듯 웃는 현미언니를 쳐다보았다.
"난 너에게 송현미야,"
"당연하죠, 현미언니잖아요"
"아냐!! 송현미언니가 아니라! 그냥 송현미라고!!"
….. 말을 놓으라고 말을 하면 되지 왜 애꿋은 내 목에다가 키스마크는 이렇게…
"… 알겠어?"
"응…. 알았어…"
"승아야….."
"……. 응, 현미야…"
기분 좋게 웃으면서 내 몸 위를 덮는 그녀를 받아준다. 집이 아무리 따뜻해도 겨울이기 때문에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겨서 둘이 함께 덮는다.
이불속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은,
지금 나와 현미가 매우 행복하다는 걸 부각시키는 느낌에 웃으면서 함께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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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게 손 하나도 대지 않은 원본 그상태 그대로 입니다.
어딘가에 나눠 올릴필요없이 하나로 올렸어도 되지 않았나... 싶지만,
그거야 작가맘.... 이랄까 매번 궁리하면서 이어나간거라 결국 마지막까지 꽤나 머리 쓴 단편되시겠습니다.
도망 B가 있으나, 그 아이는 차~~후 공개 예정입니다. ^^